[언론과 노동 1강] 노동보도 두고 볼 수 없어 '노동인권저널리즘' 만들다_탁종렬 소장

충북민언련 사무국
202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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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노동자를 어떻게 지우고 있는가 1강] '노동자 지우는 한국 언론, 무엇이 문제인가' - 탁종렬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이 노동자교육공간 동동과 함께 기획한 '언론은 노동자를 어떻게 지우고 있는가'의 첫번째 강연이 11월 16일 민주노총 충북본부에서 열렸습니다. 한국 언론이 노동 문제를 어떻게 왜곡하고 있으며 그 프레임은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탁종렬 소장은 국내 최초로 '노동인권저널리즘'이라는 분야를 개척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를 운영하며 노동 보도 모니터링을 적극적으로 해오고 있는 인물입니다.

강연 서두에서 탁종렬 소장은 "지난 대선 때만 해도 '최저임금 1만 원',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에 대한 찬성 여론이 80%를 넘었지만, 2019년에 들어서며 60% 이상이 이를 반대하게 되었다"고 운을 뗐습니다. 탁 소장은 이런 여론이 형성된 이유로 언론 보도를 꼽으며, 언론이 만든 잘못된 노동 인권 프레임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탁종렬 소장은 노동인권을 무시하는 왜곡 보도를 유형별로 정리했는데요. 첫 번째로 '알지 못하는 외국 사례 인용을 통한 왜곡 보도'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언론이 시민이 직접 찾아보기 어려운 해외 사례에서 단편적인 부분만 취사선택해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왜곡하여 보도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이렇게 왜곡된 사실에 대해서 고용노동부가 해명 보도자료를 내도 이를 정정하거나 반영하는 언론사들은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두 번째 유형은 '제멋대로식 해석'인데요. 탁종렬 소장은 대표적인 예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으로 인해 청년 고용이 줄었다는 보도 프레임을 꼽았습니다. 덧붙여 이 사례를 최근 한국 언론의 가장 악의적인 보도로 평가했는데요. 탁 소장은 언론사에서 주장하는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근거를 직접 찾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 보도자료에서 올해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 규모는 작년보다 많다고 해명했습니다. 특히 중앙일보를 비롯한 몇몇 언론사는 신규 채용이 줄어든 첫 번째 원인으로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경영난'을 꼽으면서도, 제목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따른 청년고용 축소'를 강조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스스로 쓴 기사의 본문 내용마저도 배반하는 악의적인 언론 보도가 결국 많은 청년들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탁 소장은 말했습니다.

 

세 번째 유형은 '보도자료 베껴쓰기'였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산하의 연구기관으로 주로 사용자 입장을 대변하는 조사를 내놓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언론은 오차가 심한 데이터를 반영한 한경연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가공해 보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왜곡된 팩트는 언론사의 칼럼과 사설에 주요 근거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네 번째는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덧씌우기'였는데요. 탁종렬 소장은 '노동인권저널리즘'의 기준으로 세계인권선언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제23조에서 말하는 노동권을 강조하며, 이에 의거하여 언론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여론 균형을 위해 공영방송의 역할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탁 소장은 공영방송조차 노동자가 죽었을 때만 보도하는 풍토를 지적하면서, 노동 존중 담론 형성을 위한 공영방송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습니다.

 

그렇다면 노동권을 존중하는 노동보도를 위해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탁종렬 소장은 미디어 비평이 활성화될수록 언론이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로는 좋은 보도들을 선별하고 홍보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는데요. 탁종렬 소장은 기자들이 노동 보도를 꺼리는 이유가 저조한 페이지 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좋은 보도를 우리가 적극적으로 홍보해서 10만 뷰를 달성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마지막으로 탁종렬 소장은 매일경제가 기획 보도한 '21세기형 노동법'에 대해 설명하며, 향후 언론사가 이어갈 왜곡 보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탁 소장에 따르면, 겉으로는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 보호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노동3권 무력화’가 핵심인 '신노동법'은 매일경제의 기획 보도 이후 우리 사회의 지배적 노동 담론이 되었다고 합니다.

 

탁종렬 소장은 내년 대선에서도 신노동법에 대한 공세가 주요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불리한 여론 지형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남기고 강의를 마쳤습니다.

 

충북민언련과 노동자교육공간 동동이 기획한 <언론은 노동자를 어떻게 지우고 있는가> 강의가 절반을 넘어왔습니다. 세 번째 순서인 김한별 방송작가유니온 지부장의 강의 '여성, 청년, 방송 비정규직 - 방송작가가 바라보는 방송이라는 성역'이 오는 11월 23일(화) 민주노총 충북본부에서 열립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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