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노동자를 어떻게 지우고 있는가 2강] '언론보도 변해야 반복되는 산재사망사고 바꾼다' - 강태선 세명대학교 보건안전공학과 교수
11월 22일 '언론은 노동자를 어떻게 지우고 있는가' 두 번째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이 날 연사로 나선 세명대학교 보건안전공학과 강태선 교수는 "산업재해 기사 논평을 하며 기자와 전문가가 긴밀하게 소통하여 좋은 기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강태선 교수는 재난보도준칙의 등장 배경과 산업재해보도준칙이 필요한 이유를 먼저 설명했습니다. 삼풍백화점 사고, 대구 지하철 화재, 세월호 사고를 거치며 신문윤리강령이 개정되고 재난보도준칙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재난보도준칙에는 자연재해 등 산업재해와 다른 성격의 재난도 포함되어 있어 산업재해 문제에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재난보도준칙에는 피해자 인권 보호를 위해 신상 공개에 주의하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재해의 경우 고 김용균 씨 사례처럼 피해자의 이름이 사건 전면에 등장하기도 하기 때문에 기존의 재난보도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재난보도준칙과 별도의 '산업재해보도준칙'을 따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산업재해를 다룬 기사에서 '피해자의 과실치사' 혹은 '동료의 실수'라는 표현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강태선 교수는 그 이유를 기자의 '받아쓰기'라고 지적했습니다. 사건 당일, 사건 발생 장소만을 조사하는 경찰의 브리핑을 기자들이 그대로 옮겨 기사로 작성한다는 것입니다. 산업재해 보도에서 은폐된 구조적 문제를 살펴 보기 위해서는 경찰은 물론 공소장을 쓰는 검사도 브리핑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태선 교수는 강조합니다.
실제 상당수 산업재해 보도 기사에는 피해자 인터뷰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경찰과 소방, 기업의 입장만이 주로 인용됩니다. 산업재해 문제가 단순한 '사고'나 인명피해가 발생한 '재해'처럼 인식되는 원인일 것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고용노동부가 주요 중대재해에 대해 공개 수사를 하고, 공익적인 목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하여 적극적으로 언론 브리핑을 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언론도 피해자와 전문가의 목소리를 함께 담아 보도해야 할 것입니다.
중대재해에 관한 언론의 서사 변천 과정도 함께 짚어봤습니다. 1980년 이전까지는 중대재해가 주로 광산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이를 '산업전사의 순직'으로 표현하며, 산업재해는 막을 수 없는 재해이고, 그렇기에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프레임의 보도가 주를 이뤘습니다. 이후 전북 완주에서 지속적으로 버스 사고가 발생했고, 해당 사고가 인재(人災) 임을 강조하기 위해 '안전불감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강태선 교수는 안전불감증이라는 단어를 통해 산업재해가 예방이 가능한 사고라는 것을 알렸지만 책임과 권한의 소재를 가리키지 않는다는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강태선 교수는 "최근 금속노조에서 '위험의 외주화'라는 단어를 통해 책임 소재의 명확화와 산업재해도 범죄라는 인식을 만들며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드는 데에 큰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태선 교수는 "중대재해 해결 과정이, 사후적인 대응과 복구를 넘어,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가 환류되도록 하여 위험을 미리 예측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 노력 등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지역신문은 지역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를 더욱 가까운 거리에서 담아낼 수 있기 때문에, 판례와 문제 시정 여부 등을 뉴스에서 지속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해자와 전문가의 목소리를 담은 산업재해 보도, 피해와 사고 중심이 아닌 구조적 원인을 짚어내는 보도가 한국 언론의 몫입니다. 그래야만 언론 보도를 통해 산업재해 문제가 해결되고 산업현장의 환경이 보다 안전하게 개선되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언론은 노동자를 어떻게 지우고 있는가 2강] '언론보도 변해야 반복되는 산재사망사고 바꾼다' - 강태선 세명대학교 보건안전공학과 교수
11월 22일 '언론은 노동자를 어떻게 지우고 있는가' 두 번째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이 날 연사로 나선 세명대학교 보건안전공학과 강태선 교수는 "산업재해 기사 논평을 하며 기자와 전문가가 긴밀하게 소통하여 좋은 기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강태선 교수는 재난보도준칙의 등장 배경과 산업재해보도준칙이 필요한 이유를 먼저 설명했습니다. 삼풍백화점 사고, 대구 지하철 화재, 세월호 사고를 거치며 신문윤리강령이 개정되고 재난보도준칙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재난보도준칙에는 자연재해 등 산업재해와 다른 성격의 재난도 포함되어 있어 산업재해 문제에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재난보도준칙에는 피해자 인권 보호를 위해 신상 공개에 주의하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재해의 경우 고 김용균 씨 사례처럼 피해자의 이름이 사건 전면에 등장하기도 하기 때문에 기존의 재난보도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재난보도준칙과 별도의 '산업재해보도준칙'을 따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산업재해를 다룬 기사에서 '피해자의 과실치사' 혹은 '동료의 실수'라는 표현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강태선 교수는 그 이유를 기자의 '받아쓰기'라고 지적했습니다. 사건 당일, 사건 발생 장소만을 조사하는 경찰의 브리핑을 기자들이 그대로 옮겨 기사로 작성한다는 것입니다. 산업재해 보도에서 은폐된 구조적 문제를 살펴 보기 위해서는 경찰은 물론 공소장을 쓰는 검사도 브리핑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태선 교수는 강조합니다.
실제 상당수 산업재해 보도 기사에는 피해자 인터뷰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경찰과 소방, 기업의 입장만이 주로 인용됩니다. 산업재해 문제가 단순한 '사고'나 인명피해가 발생한 '재해'처럼 인식되는 원인일 것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고용노동부가 주요 중대재해에 대해 공개 수사를 하고, 공익적인 목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하여 적극적으로 언론 브리핑을 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언론도 피해자와 전문가의 목소리를 함께 담아 보도해야 할 것입니다.
중대재해에 관한 언론의 서사 변천 과정도 함께 짚어봤습니다. 1980년 이전까지는 중대재해가 주로 광산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이를 '산업전사의 순직'으로 표현하며, 산업재해는 막을 수 없는 재해이고, 그렇기에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프레임의 보도가 주를 이뤘습니다. 이후 전북 완주에서 지속적으로 버스 사고가 발생했고, 해당 사고가 인재(人災) 임을 강조하기 위해 '안전불감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강태선 교수는 안전불감증이라는 단어를 통해 산업재해가 예방이 가능한 사고라는 것을 알렸지만 책임과 권한의 소재를 가리키지 않는다는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강태선 교수는 "최근 금속노조에서 '위험의 외주화'라는 단어를 통해 책임 소재의 명확화와 산업재해도 범죄라는 인식을 만들며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드는 데에 큰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태선 교수는 "중대재해 해결 과정이, 사후적인 대응과 복구를 넘어,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가 환류되도록 하여 위험을 미리 예측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 노력 등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지역신문은 지역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를 더욱 가까운 거리에서 담아낼 수 있기 때문에, 판례와 문제 시정 여부 등을 뉴스에서 지속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해자와 전문가의 목소리를 담은 산업재해 보도, 피해와 사고 중심이 아닌 구조적 원인을 짚어내는 보도가 한국 언론의 몫입니다. 그래야만 언론 보도를 통해 산업재해 문제가 해결되고 산업현장의 환경이 보다 안전하게 개선되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