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노동] 5강 좌담: 언론의 노동보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충북민언련 사무국
202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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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노동자를 어떻게 지우고 있는가 좌담] 언론의 노동보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패널 선지현(노동자교육공간 동동 대표), 김기연(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대외협력국장), 계희수(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탁종렬(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

사회 이수희(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지난 11월 30일 저녁 7시,  충북민언련 기획강연 '언론은 노동자를 어떻게 지우고 있는가'의 다섯 번째 행사로  좌담회를 진행했습니다. 패널들은 이전 강연들에서 다뤄졌던 언론의 노동관련 보도가 지닌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대안을 모색해봤습니다. 특히 지역 노동계와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직간접적으로 지켜 본 사례를 공유하며 지역언론 내부의 노동 환경과 노동보도 실태에 대한 성찰과 실질적인 대안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박윤준  음성노동인권센터 상담실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직장에서 수금 중 폭행을 당하신 분의 사례를 맡게 되었습니다. 해당 사건의 법적 해결이 어려워 언론의 힘을 빌리기 위해 인터뷰를 했고, 익명 보장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기자는 이름과 나이만 밝히지 않았을 뿐,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게 보도했습니다. 내용이 자극적이어서 보도가 확산되고,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연락이 오는 상황까지 발생하게 되어 기자에게 연락을 취해 수정을 요구했으나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언론에게 노동 이슈는 단지 기삿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탁종렬 소장님 강연에서 “경제적 논리로 노동에 프레임을 씌워 왜곡 보도를 많이 한다”고 하셨는데, 음성군에서도 이런 양상이 많이 나타납니다. 권력자의 이야기만 받아쓰기 하고 정작 우리의 이야기는 들어주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언론사끼리 좋은 보도를 위해 경쟁할 수 있는 구조가 없다보니 고립되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선지현  지역의 언론 보도에는 세 가지가 없습니다. 첫 번째는 지식입니다. 쌓아서 축적하는 본인의 것이 없다보니, 특히 노동에 대해서는 무식하다고 할 만큼 자기 체계가 없습니다. 다음은 관심이 없습니다. 지역에서 노동에 대한 분석 기사를 본 적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예의입니다. 성인지감수성을 비롯하여 노동자들에 대한 권리감수성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과의 관계를 만들면 항상 우리가 을이고 언론이 갑이 됩니다. 있는 것도 세 가지입니다. 바로 중앙과 지역의 위계입니다. 새로운 도전이나 도모를 갖으려고 하지 않고 항상 중앙의 것을 답습합니다. 노동조합에서도 무언가를 할 때 메이저 언론을 찾아가곤 합니다. 마이너 언론은 그 다음입니다. 다음은 기업과 정부의 관점입니다. 노동을 이야기하는데 노동 관점이 없고, 기업과 정부의 관점만이 있습니다. 노동 조례에 대해서도 비정규직운동본부를 인터뷰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관계도 없는 교육위원회의 위원을 불러 찬반 토론을 하는 것을 자주 목격하고는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강력한 토호 세력의 네트워크입니다. 단순히 기득권에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지연과 학연으로 연결된 네트워크가 존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에서 온 사람들은 언론과의 관계를 만들기가 힘듭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생각해보면, 원인을 언론인들보다 노동의 주체인 노동조합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지역의 노동자들이 언론의 힘과 가능성에 주목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언론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왜 취재를 하지 않는가에 집중하게 됩니다. 노동자가 직접 자신의 노동에 대한 보도를 생산할 수 있는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이수희  언론이 노동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알러지 반응까지 보인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조와 파업에 대한 이야기만 나와도 이것을 사회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혐오로 표현하는 것을 자주 목격합니다. 충북 지역 언론의 노동에 대한 인식이 너무 척박하다고 느낍니다.

계희수  현재 나오고 있는 보도들을 모니터링 해보면, 노조 혐오 정서를 조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기자들에 의해 이것이 반복되고 재생산됩니다. 관심을 갖고 보도하는 기자들이 있긴 한데, 이것이 회사의 방향성이라기보다는 기자 개인에 의존해서 개별적인 기사 수준으로 보도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언론 전반이 노동이라는 분야를 제대로 수용하고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별 기자의 관심  정도에 근거해 노동 보도가 나가고 있습니다.

김기연  언론사들이 취재를 안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SPC 싸움이나 총파업 때 취재 전화가 오면 악의적인 질문들을 많이 받습니다. 우리의 요구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고 감염병에 대한 이야기만 합니다. 기자회견을 하면 이유에 집중을 해야 하는데, “민주노총은 감염병 위험에도 불구하고 총파업을 강행하기로 밝혔다.” 이런 식입니다. 대부분 전화로 취재를 하는데, 전화로는 오래 이야기를 해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하는데 (현장을 취재하지 않고) 상공회의소나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아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전에는 신입 기자가 들어오면 민주노총에 방문해 노동 현안과 쟁점을 학습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졌습니다. 민주노총도 과거에는 좋은 언론사를 선정해서 '밀어주기' 운동도 했었고요. 그런데 언론에서 먼저 노동에 대한 거리를 벌리니 노동과 언론 사이가 점점 멀어지게 됐고 이 간격이 좁혀지지 않는 실정입니다.

탁종렬  지역에서 토호들과 싸우고 제대로 된 언론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로 새로운 매체를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대개 실패합니다. 언론사의 재정 형편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주요한 수입원이 광고와 지자체의 협찬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개혁 언론의 취지를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또한, 노동조합에서 생산하는 메시지는 너무 어렵습니다. 노동조합에서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고 쉽게 성명서를 쓰고, 기자회견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방송의 공영성은 갈수록  축소되고, 상대적으로 공적 영역보다 민간 영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노동'을 (공공성의 관점에서) 다루는 일은 점점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노동인권저널리즘에 관심을 갖는 언론인들이 하나의 조직을 형성하고 힘을 마련해야 합니다. 적은 수라도 노동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는 기자들은 칭찬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이들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취재 지원 체계를 만들 필요도 있습니다. 여기에 노동조합도 함께 해야 합니다. 노동조합은 취재를 거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응해야 합니다.

선지현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피디 대책위를 하면서 매일 언론에 대한 하소연과 한탄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소장님 이야기를 들으며 노동조합과 언론노조가 네트워킹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분들이 기사를 썼을 때 우리가 어떻게 응원할 것인가에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매일은 어려워도 주기적으로 빛나는 기사들을 주목하는 운동을 했으면 합니다. 또한, 저는 노동자들이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축적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것이 하나의 자극과 변화를 일으켜 우리의 힘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계희수  우리가 언론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더욱 강력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직접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기사는 상품입니다. 공적 자본이 많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불량품을 만드는 일에 세금이 투입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도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불매 운동이나 취재 거부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현실에서 기자들이 유일하게 신경 쓰는 것은 '경쟁 기자가 보도했는데, 내가 보도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언론 내부에서는 ‘물먹었다’라고 표현합니다. 이런 것을 자극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들을 고민해야 합니다. 좋은 기사를 쓰는 좋은 기자는 한 번에 태어나지 않습니다. 지역에서 좋은 노동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필요한 소스를 제공하는 취재원들이 기자를 성장시킵니다. 특히 노동의 경우, 각 언론사의 사회부 기자들이 기사를 담당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저연차 기자들입니다. 노동 영역은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기자들이 기사를 쓰기에 너무 어려운 용어와 법률, 쟁점들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지역에서 기자를 키워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합니다. 보통은 3년 안에 좋은 기자가 될지 판가름이 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젊은 기자들이 중요합니다. 현재 지역 언론사에는 잘하는 기자들이 많이 이탈한 상태이고, 중간 연차의 기자들이 공백 상태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기자들이 새롭게 유입되긴 했지만, 이 기자들과 노동계의 네트워킹이 완전히 단절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민언련이 언론과 노동계, 시민사회의 중개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패널들은 언론의 노동환경과 노동보도 행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 그리고 적극적인 개선 요구가 필요하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습니다. 언론은 시민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노동은 시민이 살아가는 삶과 존재 양식을 규정합니다. 대다수 시민은 노동자이거나 노동자와 함께 살아갑니다. 언론이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관점을 어떻게 설정하는지, 그리고 산재와 같은 노동문제를 어떻게 보도하는지에 따라 노동이 존중받고, 시민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이 조성됩니다. 이번 기획강연을 계기로 언론, 특히 지역언론이 내부의 노동환경과 노동보도 방식이 바뀌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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