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 환경부 발표 CJB만 단신 보도
환경부 조사 결과 검증하고 의혹 파헤진 KBS
언론은 소각장이 밀집된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주민의 건강권을 다룬 중대한 정부 발표와 그로 인한 논란을 어떤 비중으로 어떻게 다뤘을까요. 이번에는 신문모니터 보고서 <정부의 조사결과 발표, 지역민 외면한 언론들 ① 신문모니터>에 이은 방송모니터 보고서입니다. 모니터링은 5월 13일부터 7월 21일까지 지역 방송국 3사(CJB청주방송·KBS충북·MBC충북)의 방송과 홈페이지를 통해 보도된 기사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환경부 발표 기사, 세 지상파는 어떤 비중으로 다뤘을까
방송 뉴스의 경우 대개 아이템(리포트나 단신)의 분량을 살펴보면 방송사에서 해당 이슈를 얼마나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5월 13일 지상파 3사 모두 환경부 발표 이슈를 다뤘습니다. 그러나 비중은 전혀 달랐습니다. KBS충북·MBC충북은 당일 저녁 메인뉴스에 이 소식을 리포트로 다룬 반면, CJB는 40초 분량의 단신으로 보도했습니다.
KBS충북은 집중취재 코너에서 스튜디오 출연과 리포트를 연속 배치하는 방식으로 이 소식을 다뤘습니다. 4분 13초라는 비교적 긴 시간을 할애해 <소각장 주변 암 발병…건강영향조사 결과는?>이라는 보도물을 제작했는데요.
사안이 장기화될수록 시청자들은 맥락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KBS충북은 이 같은 문제를 감안한 듯 보입니다. 먼저 스튜디오에 기자가 출연해서 사안의 배경을 충실히 설명한 뒤, 환경부 발표 소식을 담은 리포트를 전달해 시청자가 이슈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보도 비중을 작게 다루면 시청자의 알권리 침해는 물론, 시청자가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결과를 불러옵니다. 나아가 경각심을 갖고 지역사회가 감시해야 할 중대한 문제가 언론 보도에 영향을 받아 쉽게 주변부로 밀리기도 합니다. 시민의 알권리와 사안의 심각성을 놓고 봤을 때 CJB의 단신 보도는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내용은 어땠을까?
KBS충북·MBC충북은 환경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보다, 여러 이해관계자의 엇갈리는 해석과 입장을 충실히 반영해 보도했습니다.
KBS충북은 환경부 발표 내용을 단순 인용하지 않고, 건강영향평가 결과의 의미와 한계점을 균형 있게 잘 짚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해 시청자의 의문을 해소하면서도 문제의 본질에 맞게 쟁점을 선명히 드러냈다는 점이 돋보였습니다.
MBC충북은 환경부가 강조하지 않았지만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 북이면 주민의 관련 암 발생 비율과 체내 카드뮴 농도 비교 결과를 소개하는 등 환경부의 발표 자체보다 주민 건강 이상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MBC충북은 “북이면에 유독 암 환자가 많다는 주민들의 주장이 정부 공식 조사에서 거듭 확인됐“지만 ”정작 중요한 소각장과의 연관성은 입증하지 못해 주민 반발을 샀“다고 보도하면서 전문가의 해석과 이번 조사의 한계, 나아가 거세게 반발하는 주민들의 반응까지 다양하게 담아내 시청자가 다각도에서 사안을 파악할 수 있게 했습니다.
반면, CJB는 단신 보도에서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환경부의 조사결과를 단순 인용 보도하면서 북이면 주민의 반응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전혀 담지 않았습니다. 언론이 환경부 입장만 보도하면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겪고 있는 피해가 외면 받을 수 있습니다.
이후 모니터 기간 동안 살펴 본 CJB 기사들도 모두 단신 기사였고 취재 대상에도 주민이나 전문가는 배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CJB는 해당 이슈를 공정하고 충실히 전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뉴스 구성과 내용은 언론의 논조와 더불어 보도의 수준을 드러냅니다. 특히 지역 언론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 등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권리와 결부된 문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보도할 의무가 있습니다. 보도의 깊이와 더불어 뉴스 보도 횟수와 리포팅 길이도 매체가 해당 사안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로 여기는지 평가하는 척도입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CJB의 북이면 소각장 보도는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다른 매체에 비해 부족했습니다.
지역방송의 존재 이유 KBS충북 보도에서 볼 수 있었다
이번 북이면 소각장 이슈에서 KBS충북의 끈질긴 보도는 단연 돋보였습니다. KBS충북은 북이면 소각장 문제를 집중 보도하며 여론을 이끌었습니다. 5월 17일 보도한 <[집중취재]“소각장-집단 암 인과성 미확인” 후폭풍 거세>(이정훈 기자)에서는 북이면 소각장 문제에 대한 환경부의 건강영향평가가 지닌 문제점을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 취재를 통해 드러냈습니다.
대다수의 언론이 국가기관의 조사 결과를 무비판적으로 신뢰하고 검증 없이 인용 보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KBS충북은 환경부가 내놓은 조사 결과가 현실의 문제에 대한 타당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고 인식하고 결과를 검증했습니다. 이를 위해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를 취재하여 환경부의 조사에 대한 문제점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드러냈습니다.
5월 26일 <[뉴스추적] 환경부 건강영향조사 후폭풍…“검증 부실·간과”>에서는 지난 2019년 환경부가 전북 익산에서도 비료공장과 주민 암 발병 인과성이 뚜렷하지 않다고 했다가 입장을 번복한 전례를 전하면서, 북이면 사례에서도 향후 다른 결과를 도출해낼 여지가 있다는 점을 알렸습니다. 또한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진 발암 물질 중 일부만 조사 대상에 포함되는 등의 알려지지 않은 이번 조사의 한계를 짚었습니다.
북이면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직결된 문제임에도 대부분의 언론 보도에서는 북이면 소각장 인근 주민들의 목소리가 배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KBS충북은 북이면 주민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전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6월 8일 7시 뉴스에서는 <[보도기획K] 커져가는 정부 불신…외부활동도 꺼려> 5분 보도물을 통해 정부 발표 이후 주민들의 심정을 상세히 전달했습니다. 직접 현장을 찾아 울부짖는 주민들의 얼굴을 그대로 노출하면서, 북이면 소각장 이슈가 과학적 규명이나 정부 발표에 대한 신뢰를 논하기 이전에 사람의 생사와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드러냈습니다.
이어 6월 15일에는 <‘소각장-집단 암’ 재조사 대신 사후 관리…협의회 파행>을 통해 환경부가 '재조사'가 아닌 '사후 관리'를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고, 뒤이어 실제 환경부 환경보건위원회와 전문가들의 회의 장면을 입수해 사후 모니터링 효용성을 홍정기 환경부 차관 스스로 부정하는 발언을 한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이후 보도에서도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둔 환경부가 연구진에게 표현에 대한 수위 조절을 제안했으며, 환경부의 일방적 해석에 따른 연구진과 주민 항의도 무시한 사실을 보도하는 등 북이면 소각장을 둘러싸고 환경부가 받고 있는 의혹과 주민들의 대응을 다각도에서 추적하는 보도를 이어 나가며 공영방송으로서의 소임을 다했습니다.
이정훈 취재기자, 김현기 촬영기자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6월 이달의 방송기자상 지역기획보도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우리 지역의 언론이 앞으로도 좋은 기사를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5월 13일 환경부 발표 CJB만 단신 보도 환경부 조사 결과 검증하고 의혹 파헤진 KBS
언론은 소각장이 밀집된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주민의 건강권을 다룬 중대한 정부 발표와 그로 인한 논란을 어떤 비중으로 어떻게 다뤘을까요. 이번에는 신문모니터 보고서 <정부의 조사결과 발표, 지역민 외면한 언론들 ① 신문모니터>에 이은 방송모니터 보고서입니다. 모니터링은 5월 13일부터 7월 21일까지 지역 방송국 3사(CJB청주방송·KBS충북·MBC충북)의 방송과 홈페이지를 통해 보도된 기사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환경부 발표 기사, 세 지상파는 어떤 비중으로 다뤘을까
방송 뉴스의 경우 대개 아이템(리포트나 단신)의 분량을 살펴보면 방송사에서 해당 이슈를 얼마나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5월 13일 지상파 3사 모두 환경부 발표 이슈를 다뤘습니다. 그러나 비중은 전혀 달랐습니다. KBS충북·MBC충북은 당일 저녁 메인뉴스에 이 소식을 리포트로 다룬 반면, CJB는 40초 분량의 단신으로 보도했습니다.
KBS충북은 집중취재 코너에서 스튜디오 출연과 리포트를 연속 배치하는 방식으로 이 소식을 다뤘습니다. 4분 13초라는 비교적 긴 시간을 할애해 <소각장 주변 암 발병…건강영향조사 결과는?>이라는 보도물을 제작했는데요.
사안이 장기화될수록 시청자들은 맥락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KBS충북은 이 같은 문제를 감안한 듯 보입니다. 먼저 스튜디오에 기자가 출연해서 사안의 배경을 충실히 설명한 뒤, 환경부 발표 소식을 담은 리포트를 전달해 시청자가 이슈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MBC충북은 <북이면 건강 이상 확인..소각장 인과관계 불분명> 2분가량의 짧지 않은 리포트를 통해 이번 소식을 다뤘습니다.
반면, CJB는 <환경부 '청주 북이면 주민 암 발생, 소각장 연관성 제한적'>이라는 40초 분량의 단신으로 해당 소식을 다뤘습니다. CJB는 지상파 3사 중 유일하게 환경부 조사 결과 발표 소식을 단신 기사로 보도했습니다.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보도 비중을 작게 다루면 시청자의 알권리 침해는 물론, 시청자가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결과를 불러옵니다. 나아가 경각심을 갖고 지역사회가 감시해야 할 중대한 문제가 언론 보도에 영향을 받아 쉽게 주변부로 밀리기도 합니다. 시민의 알권리와 사안의 심각성을 놓고 봤을 때 CJB의 단신 보도는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내용은 어땠을까?
KBS충북·MBC충북은 환경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보다, 여러 이해관계자의 엇갈리는 해석과 입장을 충실히 반영해 보도했습니다.
KBS충북은 환경부 발표 내용을 단순 인용하지 않고, 건강영향평가 결과의 의미와 한계점을 균형 있게 잘 짚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해 시청자의 의문을 해소하면서도 문제의 본질에 맞게 쟁점을 선명히 드러냈다는 점이 돋보였습니다.
MBC충북은 환경부가 강조하지 않았지만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 북이면 주민의 관련 암 발생 비율과 체내 카드뮴 농도 비교 결과를 소개하는 등 환경부의 발표 자체보다 주민 건강 이상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MBC충북은 “북이면에 유독 암 환자가 많다는 주민들의 주장이 정부 공식 조사에서 거듭 확인됐“지만 ”정작 중요한 소각장과의 연관성은 입증하지 못해 주민 반발을 샀“다고 보도하면서 전문가의 해석과 이번 조사의 한계, 나아가 거세게 반발하는 주민들의 반응까지 다양하게 담아내 시청자가 다각도에서 사안을 파악할 수 있게 했습니다.
반면, CJB는 단신 보도에서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환경부의 조사결과를 단순 인용 보도하면서 북이면 주민의 반응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전혀 담지 않았습니다. 언론이 환경부 입장만 보도하면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겪고 있는 피해가 외면 받을 수 있습니다.
이후 모니터 기간 동안 살펴 본 CJB 기사들도 모두 단신 기사였고 취재 대상에도 주민이나 전문가는 배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CJB는 해당 이슈를 공정하고 충실히 전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뉴스 구성과 내용은 언론의 논조와 더불어 보도의 수준을 드러냅니다. 특히 지역 언론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 등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권리와 결부된 문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보도할 의무가 있습니다. 보도의 깊이와 더불어 뉴스 보도 횟수와 리포팅 길이도 매체가 해당 사안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로 여기는지 평가하는 척도입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CJB의 북이면 소각장 보도는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다른 매체에 비해 부족했습니다.
지역방송의 존재 이유 KBS충북 보도에서 볼 수 있었다
이번 북이면 소각장 이슈에서 KBS충북의 끈질긴 보도는 단연 돋보였습니다. KBS충북은 북이면 소각장 문제를 집중 보도하며 여론을 이끌었습니다. 5월 17일 보도한 <[집중취재]“소각장-집단 암 인과성 미확인” 후폭풍 거세>(이정훈 기자)에서는 북이면 소각장 문제에 대한 환경부의 건강영향평가가 지닌 문제점을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 취재를 통해 드러냈습니다.
대다수의 언론이 국가기관의 조사 결과를 무비판적으로 신뢰하고 검증 없이 인용 보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KBS충북은 환경부가 내놓은 조사 결과가 현실의 문제에 대한 타당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고 인식하고 결과를 검증했습니다. 이를 위해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를 취재하여 환경부의 조사에 대한 문제점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드러냈습니다.
5월 26일 <[뉴스추적] 환경부 건강영향조사 후폭풍…“검증 부실·간과”>에서는 지난 2019년 환경부가 전북 익산에서도 비료공장과 주민 암 발병 인과성이 뚜렷하지 않다고 했다가 입장을 번복한 전례를 전하면서, 북이면 사례에서도 향후 다른 결과를 도출해낼 여지가 있다는 점을 알렸습니다. 또한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진 발암 물질 중 일부만 조사 대상에 포함되는 등의 알려지지 않은 이번 조사의 한계를 짚었습니다.
북이면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직결된 문제임에도 대부분의 언론 보도에서는 북이면 소각장 인근 주민들의 목소리가 배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KBS충북은 북이면 주민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전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6월 8일 7시 뉴스에서는 <[보도기획K] 커져가는 정부 불신…외부활동도 꺼려> 5분 보도물을 통해 정부 발표 이후 주민들의 심정을 상세히 전달했습니다. 직접 현장을 찾아 울부짖는 주민들의 얼굴을 그대로 노출하면서, 북이면 소각장 이슈가 과학적 규명이나 정부 발표에 대한 신뢰를 논하기 이전에 사람의 생사와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드러냈습니다.
이어 6월 15일에는 <‘소각장-집단 암’ 재조사 대신 사후 관리…협의회 파행>을 통해 환경부가 '재조사'가 아닌 '사후 관리'를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고, 뒤이어 실제 환경부 환경보건위원회와 전문가들의 회의 장면을 입수해 사후 모니터링 효용성을 홍정기 환경부 차관 스스로 부정하는 발언을 한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이후 보도에서도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둔 환경부가 연구진에게 표현에 대한 수위 조절을 제안했으며, 환경부의 일방적 해석에 따른 연구진과 주민 항의도 무시한 사실을 보도하는 등 북이면 소각장을 둘러싸고 환경부가 받고 있는 의혹과 주민들의 대응을 다각도에서 추적하는 보도를 이어 나가며 공영방송으로서의 소임을 다했습니다.
이정훈 취재기자, 김현기 촬영기자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6월 이달의 방송기자상 지역기획보도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우리 지역의 언론이 앞으로도 좋은 기사를 보여주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