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이다, 비나이다' 희망사항 담긴 맹목적 보도 대다수
주장의 실효성, 사업 추진 필요성 등 진지한 검증 없었다
청주 도심을 지하로 통과하는 충청권 광역철도 안을 국토교통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충청북도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역방송 3사(KBS충북, MBC충북, CJB)도 이러한 움직임에 호응하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방송 3사는 지난 해 11월부터 관련 뉴스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초안이 발표된 올해 4월 22일과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이 최종 발표된 6월 29일을 전후로 많은 보도를 쏟아냈는데요.
대부분의 보도가 깊이 있는 분석이나 진지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충청권 광역철도의 청주 도심 통과를 열망하는 충청북도와 단체의 주장을 단순 전달하거나, 이들의 주장에 맹목적으로 영합하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보도 행태는 비가 내릴 때까지 제사를 지낸다는 ‘기우제’를 연상시킬 정도였습니다.
▷ 주제: 충청권 광역철도 청주 도심 통과 이슈 ▷ 기간: 2020년 11월 1일 ~ 2021년 7월 7일 ▷ 대상: CJB청주방송, KBS충북, MBC충북 정규 뉴스 및 홈페이지 게재 기사
모니터 기간 동안 보도 건수는 CJB는 75건, MBC충북은 46건, KBS충북은 37건을 기록했습니다. CJB가 두 방송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번 이슈에 몰두하고 있는 걸로 해석됩니다. 각 방송사의 리포트 목록과 링크를 파일로 정리해 첨부합니다. 본 리포트 맨 아래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직접 확인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기-승-전 ‘청주도심 통과’ 되풀이, 기우제 지내나?
시민의 삶을 바꿀 대형 사업이 추진되는 시점에서 지역민에게 필요한 정보는 사업의 필요성이나 실현가능성, 타당성을 따져볼 수 있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들일 겁니다. 그러나 이번 모니터링에서는 해당 이슈에 대한 보도의 양은 많으면서도, 깊이 있는 분석이나 새로운 정보를 담은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충청권 광역철도 청주도심 통과안은 충청북도와 이시종 도지사의 적극적인 주도 아래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었습니다. 관 주도의 방식 때문에 추진 과정에서 도민들의 목소리가 수렴되지 못했다는 점, 나아가 도민들이 사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나 내용을 알지 못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공감대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 방송사는 충청북도의 일방적인 추진 방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3사 뉴스에서 충청권 광역철도가 청주 도심을 통과하는 것은 도민 전체의 염원인양 그려졌지만, 정작 실제 민심이 그러한지 알 수 있는 근거들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정치인과 자치단체장들의 발언이나 퍼포먼스만이 민심을 대표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게 3월 15일 ‘삼보일배 챌린지’ 리포트였습니다. MBC충북의 <이시종.한범덕 삼보일배..55만 서명>, CJB의 <염원 모아졌다.. 공은 정부로>, KBS충북의 <“청주 도심에 광역철도를”…삼보일배로 막바지 호소> 보도에서는 이시종 지사와 한범덕 청주시장, 이장섭 국회의원 등이 삼보일배를 하는 모습이 노출됐습니다.
삼보일배 챌린지가 한 달이나 진행되도록 철도가 생기면 도민에게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투입 예산 대비 기대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지 같은 시청자가 궁금해 하고 또 알아야 할 정보는 세 방송사 뉴스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광역철도가 반드시 청주 도심을 통과해야 한다는 거친 주장만이 담긴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반복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6월 24일 CJB가 보도한 <제3의 절충 노선?... “무조건 청주 도심통과”>는 취재원의 말을 빌려 정부가 기존의 충북선, 청주 도심 통과 안에 이어 제3안을 충북에 제시했다는 전언을 소개합니다. 그러나 기자 스스로 기사에 이 같은 내용이 “확인된 정보는 아니'라고 밝히면서 기사에 담긴 정보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듭니다. 확인도 되지 않은 정보를 기사에 담아 유통하는 것은 언론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위입니다.
7월 5일 <‘청주 도심 경유’ 4차 국가 철도망 계획 확정 고시 반영> 리포트도 비슷한 문제점을 지녔습니다. CJB는 국토교통부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관보에 고시했는데, 충청권 광역철도 청주 도심 통과안이 고려중인 대안으로 명시되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해당 보도는 청주 도심 통과안의 채택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해석합니다.
하지만, 자료화면에 따르면 해당 안을 포함한 여러 안을 검토하겠다는 기존 정부 방침을 문서화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이를 자의적으로, “정부가 충북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아전인수식 해석을 보도에 담았습니다.
언론의 제1 책무는 주장의 타당성과 사실관계를 검증하는 일입니다. 비판적이고 객관적인 검증 없이 희망사항을 반복해서 전달하는 기우제에 가까운 저널리즘은 지양해야 합니다.
‘지역 균형발전’ 외치면서, 청주만 충북인가?
전체 국토의 균형발전을 주장하려면, 도내 시·군 간의 불균형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 합당할 겁니다. 해당 지상파 방송 송출 권역이 충청북도라면 언론사는 더욱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요.
그러나 CJB의 5월 25일 <연대도 좋지만... 내심 청주 도심통과 1순위> 보도에서는 충청북도가 충남과 경북, 강원을 잇는 중부권 동서횡단철도의 4차 국가철도망계획 반영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연대에 나섰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그러한 행보가 충청권 광역철도의 청주 도심 통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이 노선은 청주 도심을 통과하지는 않지만, 청주와 함께 또 다른 충북 권역 내 지역인 괴산을 통과하며 충남과 경북, 강원을 연결하는 국가 균형 발전과 지역 교류의 측면에서 의미 있는 노선입니다.
그런데도 해당 보도는 “국가철도망계획 확정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노선을 요구하는 모양새가 자칫 국토부에 잘못된 신호를 줄까 걱정”이라는 멘트로 청주 도심 통과 노선 이외 도내 다른 노선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부정적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냅니다.
CJB를 비롯한 지역언론이 충청권 광역철도안에 청주 도심 통과 노선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밝혀야 합니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대의를 선택적으로 외치는 것은 아닌지, 청주 도심 통과가 다른 안보다 우월하다면 왜 그런 것인지 보다 설득력 있고 객관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도는 사실에 기반 해야 하며, 기자나 매체의 주장은 보도가 아닌 논평이나 사설의 형태로 드러나야 합니다. 또한 충북 지역을 권역으로 하는 매체가 청주 통과 노선만을 강조하는 행태는 시청자 일부를 의도적으로 소외시키는 것으로 몹시 부적절합니다. 지역언론이 지역의 이익을 옹호하는 것은 수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국토균형발전, 타 지역의 정당한 이익 등의 가치보다 항상 우선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핫바지론’ 소환하며 갈등 조장한 MBC충북
지역 언론은 지역민과 지역 사회의 권익을 옹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그러한 의무를 이행한다고 해서 잘못된 보도 행태가 용인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지역차별 정서를 조장하는 표현을 동원하며 마치 취재원의 발언처럼 인용 표기하는 것은 보도 윤리에 어긋납니다.
MBC충북의 4월 28일 보도 <'청주 패싱 핫바지' 메가시티도 도마 위>는 이러한 관점에서 나쁜 보도 사례로 기록할만합니다. 이 보도는 충북도의회가 4차 국토철도망 계획안에 청주 도심 통과가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충북을 철저히 무시했다고 비판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핫바지’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사전에 따르면 핫바지는 ‘시골 사람 또는 무식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과거 지역주의 정치가 극심하던 시기, 지역차별 정서를 조장하는 대표적인 언어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보도 어디에도 ‘핫바지’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한 취재원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제목에서부터 직접 인용으로 “핫바지”라고 표기하며 지역정서를 자극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보도에 드러나지 않는 이상 이는 결국 기자가 자의적으로 사용한 용어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기사에 드러나지 않은 제3의 인물의 표현을 인용했다 하더라도, 이는 지역민의 소외 정서를 자극하기 위해 부적절하고 원색적인 표현을 의도적으로 사용한 걸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언론은 ‘지역’언론 이전에 지역‘언론’이어야 합니다.
대안과 문제점 진단한 보도, 진작 해줬으면 좋으련만
대다수의 뉴스가 ‘충청권 광역철도의 청주 도심 통과’ 목소리만을 되풀이하는 가운데, 국가철도망계획 초안 반영 무산의 원인과 대안을 짚은 보도도 있었습니다. 4월 22일 KBS충북의 <[집중취재]② “정치력 대신 사업성”…희비 엇갈려>는 경제성 등의 측면에서 타 사례와 비교하여 통과 무산의 원인을 분석하여 앞으로의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5월 4일 MBC충북의 <청주 도심 철도 난관..'공감대 충분한가'>도 광역철도의 청주 도심 통과안에 대한 경제성 문제를 들며 트램 등의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관 주도 정책 추진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담아냈습니다.
6월 23일 <'도민 전체 입장 아니다?' 한목소리 한계>에서도 청주 도심 통과안이 정말 충북 전체의 이익인지를 다루면서, 지역마다 온도차를 소개하며 충청북도의 추진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의 필요성을 환기합니다.
사업이 한창 추진되던 시점에 언론이 이러한 내용을 보도하여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른 지역과 이어지는 철도가 청주 도심이나 충북을 통과한다면 우리의 삶의 질이 정말 나아질까요? 나아진다면 과연 우리의 생활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요? 철도가 놓이는 대신 우리가 포기해야 할 것들은 없을까요?
관의 주장과 논리에 갇히지 않고, 그것이 타당하고 설득력 있는지 분석하여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일이 시민이 지역언론에게 기대하는 역할일 겁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희망사항 담긴 맹목적 보도 대다수 주장의 실효성, 사업 추진 필요성 등 진지한 검증 없었다
청주 도심을 지하로 통과하는 충청권 광역철도 안을 국토교통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충청북도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역방송 3사(KBS충북, MBC충북, CJB)도 이러한 움직임에 호응하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방송 3사는 지난 해 11월부터 관련 뉴스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초안이 발표된 올해 4월 22일과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이 최종 발표된 6월 29일을 전후로 많은 보도를 쏟아냈는데요.
대부분의 보도가 깊이 있는 분석이나 진지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충청권 광역철도의 청주 도심 통과를 열망하는 충청북도와 단체의 주장을 단순 전달하거나, 이들의 주장에 맹목적으로 영합하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보도 행태는 비가 내릴 때까지 제사를 지낸다는 ‘기우제’를 연상시킬 정도였습니다.
▷ 주제: 충청권 광역철도 청주 도심 통과 이슈
▷ 기간: 2020년 11월 1일 ~ 2021년 7월 7일
▷ 대상: CJB청주방송, KBS충북, MBC충북 정규 뉴스 및 홈페이지 게재 기사
모니터 기간 동안 보도 건수는 CJB는 75건, MBC충북은 46건, KBS충북은 37건을 기록했습니다. CJB가 두 방송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번 이슈에 몰두하고 있는 걸로 해석됩니다. 각 방송사의 리포트 목록과 링크를 파일로 정리해 첨부합니다. 본 리포트 맨 아래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직접 확인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기-승-전 ‘청주도심 통과’ 되풀이, 기우제 지내나?
시민의 삶을 바꿀 대형 사업이 추진되는 시점에서 지역민에게 필요한 정보는 사업의 필요성이나 실현가능성, 타당성을 따져볼 수 있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들일 겁니다. 그러나 이번 모니터링에서는 해당 이슈에 대한 보도의 양은 많으면서도, 깊이 있는 분석이나 새로운 정보를 담은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충청권 광역철도 청주도심 통과안은 충청북도와 이시종 도지사의 적극적인 주도 아래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었습니다. 관 주도의 방식 때문에 추진 과정에서 도민들의 목소리가 수렴되지 못했다는 점, 나아가 도민들이 사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나 내용을 알지 못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공감대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 방송사는 충청북도의 일방적인 추진 방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3사 뉴스에서 충청권 광역철도가 청주 도심을 통과하는 것은 도민 전체의 염원인양 그려졌지만, 정작 실제 민심이 그러한지 알 수 있는 근거들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정치인과 자치단체장들의 발언이나 퍼포먼스만이 민심을 대표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게 3월 15일 ‘삼보일배 챌린지’ 리포트였습니다. MBC충북의 <이시종.한범덕 삼보일배..55만 서명>, CJB의 <염원 모아졌다.. 공은 정부로>, KBS충북의 <“청주 도심에 광역철도를”…삼보일배로 막바지 호소> 보도에서는 이시종 지사와 한범덕 청주시장, 이장섭 국회의원 등이 삼보일배를 하는 모습이 노출됐습니다.
삼보일배 챌린지가 한 달이나 진행되도록 철도가 생기면 도민에게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투입 예산 대비 기대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지 같은 시청자가 궁금해 하고 또 알아야 할 정보는 세 방송사 뉴스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광역철도가 반드시 청주 도심을 통과해야 한다는 거친 주장만이 담긴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반복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6월 24일 CJB가 보도한 <제3의 절충 노선?... “무조건 청주 도심통과”>는 취재원의 말을 빌려 정부가 기존의 충북선, 청주 도심 통과 안에 이어 제3안을 충북에 제시했다는 전언을 소개합니다. 그러나 기자 스스로 기사에 이 같은 내용이 “확인된 정보는 아니'라고 밝히면서 기사에 담긴 정보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듭니다. 확인도 되지 않은 정보를 기사에 담아 유통하는 것은 언론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위입니다.
7월 5일 <‘청주 도심 경유’ 4차 국가 철도망 계획 확정 고시 반영> 리포트도 비슷한 문제점을 지녔습니다. CJB는 국토교통부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관보에 고시했는데, 충청권 광역철도 청주 도심 통과안이 고려중인 대안으로 명시되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해당 보도는 청주 도심 통과안의 채택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해석합니다.
하지만, 자료화면에 따르면 해당 안을 포함한 여러 안을 검토하겠다는 기존 정부 방침을 문서화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이를 자의적으로, “정부가 충북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아전인수식 해석을 보도에 담았습니다.
언론의 제1 책무는 주장의 타당성과 사실관계를 검증하는 일입니다. 비판적이고 객관적인 검증 없이 희망사항을 반복해서 전달하는 기우제에 가까운 저널리즘은 지양해야 합니다.
‘지역 균형발전’ 외치면서, 청주만 충북인가?
전체 국토의 균형발전을 주장하려면, 도내 시·군 간의 불균형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 합당할 겁니다. 해당 지상파 방송 송출 권역이 충청북도라면 언론사는 더욱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요.
그러나 CJB의 5월 25일 <연대도 좋지만... 내심 청주 도심통과 1순위> 보도에서는 충청북도가 충남과 경북, 강원을 잇는 중부권 동서횡단철도의 4차 국가철도망계획 반영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연대에 나섰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그러한 행보가 충청권 광역철도의 청주 도심 통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이 노선은 청주 도심을 통과하지는 않지만, 청주와 함께 또 다른 충북 권역 내 지역인 괴산을 통과하며 충남과 경북, 강원을 연결하는 국가 균형 발전과 지역 교류의 측면에서 의미 있는 노선입니다.
그런데도 해당 보도는 “국가철도망계획 확정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노선을 요구하는 모양새가 자칫 국토부에 잘못된 신호를 줄까 걱정”이라는 멘트로 청주 도심 통과 노선 이외 도내 다른 노선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부정적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냅니다.
CJB를 비롯한 지역언론이 충청권 광역철도안에 청주 도심 통과 노선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밝혀야 합니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대의를 선택적으로 외치는 것은 아닌지, 청주 도심 통과가 다른 안보다 우월하다면 왜 그런 것인지 보다 설득력 있고 객관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도는 사실에 기반 해야 하며, 기자나 매체의 주장은 보도가 아닌 논평이나 사설의 형태로 드러나야 합니다. 또한 충북 지역을 권역으로 하는 매체가 청주 통과 노선만을 강조하는 행태는 시청자 일부를 의도적으로 소외시키는 것으로 몹시 부적절합니다. 지역언론이 지역의 이익을 옹호하는 것은 수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국토균형발전, 타 지역의 정당한 이익 등의 가치보다 항상 우선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핫바지론’ 소환하며 갈등 조장한 MBC충북
지역 언론은 지역민과 지역 사회의 권익을 옹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그러한 의무를 이행한다고 해서 잘못된 보도 행태가 용인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지역차별 정서를 조장하는 표현을 동원하며 마치 취재원의 발언처럼 인용 표기하는 것은 보도 윤리에 어긋납니다.
MBC충북의 4월 28일 보도 <'청주 패싱 핫바지' 메가시티도 도마 위>는 이러한 관점에서 나쁜 보도 사례로 기록할만합니다. 이 보도는 충북도의회가 4차 국토철도망 계획안에 청주 도심 통과가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충북을 철저히 무시했다고 비판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핫바지’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사전에 따르면 핫바지는 ‘시골 사람 또는 무식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과거 지역주의 정치가 극심하던 시기, 지역차별 정서를 조장하는 대표적인 언어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보도 어디에도 ‘핫바지’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한 취재원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제목에서부터 직접 인용으로 “핫바지”라고 표기하며 지역정서를 자극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보도에 드러나지 않는 이상 이는 결국 기자가 자의적으로 사용한 용어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기사에 드러나지 않은 제3의 인물의 표현을 인용했다 하더라도, 이는 지역민의 소외 정서를 자극하기 위해 부적절하고 원색적인 표현을 의도적으로 사용한 걸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언론은 ‘지역’언론 이전에 지역‘언론’이어야 합니다.
대안과 문제점 진단한 보도, 진작 해줬으면 좋으련만
대다수의 뉴스가 ‘충청권 광역철도의 청주 도심 통과’ 목소리만을 되풀이하는 가운데, 국가철도망계획 초안 반영 무산의 원인과 대안을 짚은 보도도 있었습니다. 4월 22일 KBS충북의 <[집중취재]② “정치력 대신 사업성”…희비 엇갈려>는 경제성 등의 측면에서 타 사례와 비교하여 통과 무산의 원인을 분석하여 앞으로의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5월 4일 MBC충북의 <청주 도심 철도 난관..'공감대 충분한가'>도 광역철도의 청주 도심 통과안에 대한 경제성 문제를 들며 트램 등의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관 주도 정책 추진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담아냈습니다.
6월 23일 <'도민 전체 입장 아니다?' 한목소리 한계>에서도 청주 도심 통과안이 정말 충북 전체의 이익인지를 다루면서, 지역마다 온도차를 소개하며 충청북도의 추진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의 필요성을 환기합니다.
사업이 한창 추진되던 시점에 언론이 이러한 내용을 보도하여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른 지역과 이어지는 철도가 청주 도심이나 충북을 통과한다면 우리의 삶의 질이 정말 나아질까요? 나아진다면 과연 우리의 생활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요? 철도가 놓이는 대신 우리가 포기해야 할 것들은 없을까요?
관의 주장과 논리에 갇히지 않고, 그것이 타당하고 설득력 있는지 분석하여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일이 시민이 지역언론에게 기대하는 역할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