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부엌 2호 재표씨의 밥상 – 난자완스, 잡채, 볶음밥
재표씨는 현직 기자이지만 시인이기도 하다. 길을 오가면서도 틈틈이 시를 쓰는 시인이다. 그는 매일 시를 쓰듯 밥을 짓는다. 결혼 이후 매일 아침 가족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한다. 아무리 술을 많이 먹어도 아침식사를 차리는 일을 거르지 않는다. 매일 아침 가족 단톡방에 반찬을 사진으로 찍어 올려놓고 출근한다. 퇴근해서 돌아왔을 때 음식이 남아있으면 섭섭한 마음까지 든단다. 혼밥 시대, 식구들끼리 밥 한번 먹는 일이 이벤트가 돼 버린 시대, 가족을 위해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식사를 준비한다는 시인의 집밥 이야기를 들어보자.
- 결혼 초부터 지금까지 계속 밥을 해먹고 있다는데…
요리를 좋아한다. 가장 실용적인 창조행위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가족 구성원의 역할이 옛날 같지 않다. 아주 빠른 속도로 변했다. 과거에는 식사가 가족의 중요한 ‘일상 행사’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예전엔 같이 밥 먹으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밥상머리교육이라는 것도 이루어졌다. 아침 또는 저녁은 온 가족이 대면하는 시간이었다.
지금은 같이 살아도 ‘혼밥’하는 가정이 많다. 만들고 먹고 치우는 것이 ‘일거리’라는 생각이 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때는 식당을 정해놓고 매식(買食)하는 것도 생각해 봤을 정도다. 앞으로는 김치는 김치공장에서 만드는 것이 상식이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다 같이 모여서 식사하는 것은 이벤트가 되어버렸다. 매일 매일의 끼니를 만드는 일이 누군가에게 스트레스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한다. 내가 아내보다 손도 빠르고 요리에 대한 감도 있다.
- 밥하는 일, 언제가 가장 행복한가? 가족들이 좋아해주나?
일단 큰아들이 객지에 나가있고, 주말에 모인다고 해도 일어나서 일하고 돌아오고 잠드는 사이클이 네 식구 모두 다르다 보니 만들어도 먹는 걸 보는 경우는 흔치 않다. 물론 네 식구가 모여서 식사할 수 있는 날은 작정하고 성찬을 차린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평소에는 도시락을 싸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고, 상 위에 차린다. 냉장고에 넣어놓으면 아예 꺼내 먹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밑반찬은 만들 때도 있고 살 때도 있다. 지지고 볶는 요리에 국 한 가지 정도로 간단하게 준비한다.
가족들은 다 맛있다고 한다. 귀가했을 때 음식이 남아있으면 속이 상하거나 화가 난다. 소심한 편이다. 아내와 아들의 정량을 미리 구분해 놓을 때도 있다. 그만큼 소심하다.
- 공유부엌의 밥상 메뉴는 난자 완스, 볶음밥, 잡채였다. 기름을 쓰지 않고 한다는 걸 강조하더라. 자신만의 비법인가? 가장 자신있는 요리였나?
어떤 요리든 먹어보면 어떻게 만들어야겠다는 ‘길’이 떠오른다. 될 수 있으면 과정을 간단하게 하고 설거지 거리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을 택한다. 기름을 많이 쓰지 않는 것은 건강도 건강이지만 이런 차원에서다.
예컨대 볶음밥을 만들 때 밥과 재료를 다 볶지 않고 고기나 야채류만 기름에 볶되, 이것도 자체수분을 활용해 기름 없이, 또는 최소량의 기름으로 덖은 뒤 나중에 밥과 비빌 때 참기름 등을 넣는다.
잡채도 마찬가지다. 불린 당면과 야채류를 웍에 담아 한꺼번에 익히고 난 뒤 비비는 과정에서 간장, 기름, 설탕 등으로 간을 맞춘다. 그래서 요리도구는 두껍고 무거운 스테인리스냄비와 팬을 사용한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내 요리는 따로 있다. 아내는 잔치국수와 굴떡국, 아이들은 돼지고기 두루치기나 뼈해장국, 육개장, 떡볶이 같은 걸 좋아한다.
- 술을 꽤 잘 마시고 즐기신다고 들었는데 좋아하는 안주는? 직접 해먹는 안주는 무엇인가?
‘총량의 법칙’이 있는 것 같다. 40살 이전에 웬만한 사람들이 마실 술을 다 마셔버렸다. 숙취로 고생한 기억이 거의 없다. 토해본 적도 별로 없다. 그게 문제였다. 양으로 승부하던 시절은 지났고 애주가다.
다만 더 오래 즐기기 위해 몇 달 전부터는 정한 규칙이 있다. 내 술병은 따로 구분해 소주 한 병, 맥주 1,2병 이내에서 하루 음주를 끝낸다.
‘혼술’을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자제하고 있다. 밖에서 마실 때는 순대나 수육 같은 삶은 고기류를 선호하지만 안주를 가리지는 않는다. 집에서는 뭐든 가리지 않고, 혼자 마실 때야 계란프라이면 어떻겠는가.
- 한번 맛을 보면 다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타고난 미각인가?
타고난 미각은 말도 안 되는 소리고 그냥 이 시대가 요구하는 실용적 요리에 능숙할 뿐이다. 25년 동안 했으니 나름대로 터득한 요리의 길을 알고 있을 뿐이다. 레시피대로 하자면 매번 재료를 사러 시장에 가야할 것이다.
있는 재료로 그때그때 만드는 숙련이 이뤄졌다고 해야 하나? 난자완스는 고기경단을 굽거나 튀긴 뒤 전분 소스를 부어서 내는 음식이다. 고기경단은 고기만으로도 만들 수 있고 여러 가지 재료로도 만들 수 있다. 냉장고 안에 있는 다양한 재료를 상황에 맞게 활용한다.
이 재료가 아니면 안 되고, 이 방법이 아니면 안 되는 게 아니다. 가지볶음 하나를 만들더라도 수십 가지 레시피의 음식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요즘은 무슨 반찬 해먹나? 만날 뭐해 먹나가 큰 고민이질 않나.
가족이 다함께 먹는 이벤트가 아니면 반찬을 거의 내놓지 않는다. 양가 부모님 댁에서 얻어온 김치나 멸치볶음 등 마른반찬 몇 가지 외에 요리 하나, 국 한 가지를 준비한다. 아니면 볶음밥이나 유부초밥으로 도시락을 준비할 때도 있다.
국은 얼갈이나 시금치, 근대 등을 넣은 된장국이나 육개장류, 미역국 등을 끓인다. 미역국에는 굴이나 홍합, 조개류 등을 넣는다. 아내가 국에 들어간 고기를 먹지 않기에…. 요리는 돼지고기나 감자, 당근, 양파, 버섯, 계란, 어묵, 마늘 등을 활용해 그날그날 다르게 만든다.
- 재표씨가 생각하는 집밥이란?
앞서도 얘기했지만 예전에는 식사를 차리고 함께 먹는 것이 일상의 행사고 의식이었다. 지금은 집밥이 편지나 선물 같은 메신저라고 생각한다. ‘같이 먹지는 못하지만 너를 위해 이렇게 준비했어’라고 마음을 전하는 ‘매개’라는 얘기다. 실제로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아들과 아내의 식사를 준비한다. 정성스럽게 쓴 편지를 읽어주지 않으면 서운하듯이 맛있게 먹어주지 않으면 속상한 이유다.
불가능한 얘기겠지만 다시 옛날처럼 하루 한 끼라도 함께 밥을 나누는 ‘식구(食口)’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을 담아 쓴 시가 ‘똥개’다. 밥 얘기 끝에 똥 얘기를 꺼내서 미안하지만 우리의 식사는 서로의 밥그릇에서 밥 한 덩이와 국 한 모금을 모아 누렁이나 바둑이의 저녁을 챙겨주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개도 하나의 식구로 살아가던 그때가 그립다.
똥개
똥 먹는 개를 키우고 싶다
사슬에 묶지 않아도 되는
마당이 필요하다
컹컹 짖어도 울리지 않는
하늘도 필요하다
외로운 개를 재워줄
별빛도 필요하다
내가 먹고 나눠 먹을 수 있는
밥도 필요하다
똥 먹는 개와 사랑을 나눌
이웃집 암캐도 필요하다
지금 내게는
이 모든 것이 없어서...
길에 어슬렁거리는 똥개와
거리에 뒹구는 개똥만 보아도
가슴 한 끝이 저린 이유.
공유부엌 2호 재표씨의 밥상 – 난자완스, 잡채, 볶음밥
재표씨는 현직 기자이지만 시인이기도 하다. 길을 오가면서도 틈틈이 시를 쓰는 시인이다. 그는 매일 시를 쓰듯 밥을 짓는다. 결혼 이후 매일 아침 가족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한다. 아무리 술을 많이 먹어도 아침식사를 차리는 일을 거르지 않는다. 매일 아침 가족 단톡방에 반찬을 사진으로 찍어 올려놓고 출근한다. 퇴근해서 돌아왔을 때 음식이 남아있으면 섭섭한 마음까지 든단다. 혼밥 시대, 식구들끼리 밥 한번 먹는 일이 이벤트가 돼 버린 시대, 가족을 위해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식사를 준비한다는 시인의 집밥 이야기를 들어보자.
- 결혼 초부터 지금까지 계속 밥을 해먹고 있다는데…
요리를 좋아한다. 가장 실용적인 창조행위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가족 구성원의 역할이 옛날 같지 않다. 아주 빠른 속도로 변했다. 과거에는 식사가 가족의 중요한 ‘일상 행사’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예전엔 같이 밥 먹으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밥상머리교육이라는 것도 이루어졌다. 아침 또는 저녁은 온 가족이 대면하는 시간이었다.
지금은 같이 살아도 ‘혼밥’하는 가정이 많다. 만들고 먹고 치우는 것이 ‘일거리’라는 생각이 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때는 식당을 정해놓고 매식(買食)하는 것도 생각해 봤을 정도다. 앞으로는 김치는 김치공장에서 만드는 것이 상식이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다 같이 모여서 식사하는 것은 이벤트가 되어버렸다. 매일 매일의 끼니를 만드는 일이 누군가에게 스트레스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한다. 내가 아내보다 손도 빠르고 요리에 대한 감도 있다.
- 밥하는 일, 언제가 가장 행복한가? 가족들이 좋아해주나?
일단 큰아들이 객지에 나가있고, 주말에 모인다고 해도 일어나서 일하고 돌아오고 잠드는 사이클이 네 식구 모두 다르다 보니 만들어도 먹는 걸 보는 경우는 흔치 않다. 물론 네 식구가 모여서 식사할 수 있는 날은 작정하고 성찬을 차린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평소에는 도시락을 싸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고, 상 위에 차린다. 냉장고에 넣어놓으면 아예 꺼내 먹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밑반찬은 만들 때도 있고 살 때도 있다. 지지고 볶는 요리에 국 한 가지 정도로 간단하게 준비한다.
가족들은 다 맛있다고 한다. 귀가했을 때 음식이 남아있으면 속이 상하거나 화가 난다. 소심한 편이다. 아내와 아들의 정량을 미리 구분해 놓을 때도 있다. 그만큼 소심하다.
- 공유부엌의 밥상 메뉴는 난자 완스, 볶음밥, 잡채였다. 기름을 쓰지 않고 한다는 걸 강조하더라. 자신만의 비법인가? 가장 자신있는 요리였나?
어떤 요리든 먹어보면 어떻게 만들어야겠다는 ‘길’이 떠오른다. 될 수 있으면 과정을 간단하게 하고 설거지 거리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을 택한다. 기름을 많이 쓰지 않는 것은 건강도 건강이지만 이런 차원에서다.
예컨대 볶음밥을 만들 때 밥과 재료를 다 볶지 않고 고기나 야채류만 기름에 볶되, 이것도 자체수분을 활용해 기름 없이, 또는 최소량의 기름으로 덖은 뒤 나중에 밥과 비빌 때 참기름 등을 넣는다.
잡채도 마찬가지다. 불린 당면과 야채류를 웍에 담아 한꺼번에 익히고 난 뒤 비비는 과정에서 간장, 기름, 설탕 등으로 간을 맞춘다. 그래서 요리도구는 두껍고 무거운 스테인리스냄비와 팬을 사용한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내 요리는 따로 있다. 아내는 잔치국수와 굴떡국, 아이들은 돼지고기 두루치기나 뼈해장국, 육개장, 떡볶이 같은 걸 좋아한다.
- 술을 꽤 잘 마시고 즐기신다고 들었는데 좋아하는 안주는? 직접 해먹는 안주는 무엇인가?
‘총량의 법칙’이 있는 것 같다. 40살 이전에 웬만한 사람들이 마실 술을 다 마셔버렸다. 숙취로 고생한 기억이 거의 없다. 토해본 적도 별로 없다. 그게 문제였다. 양으로 승부하던 시절은 지났고 애주가다.
다만 더 오래 즐기기 위해 몇 달 전부터는 정한 규칙이 있다. 내 술병은 따로 구분해 소주 한 병, 맥주 1,2병 이내에서 하루 음주를 끝낸다.
‘혼술’을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자제하고 있다. 밖에서 마실 때는 순대나 수육 같은 삶은 고기류를 선호하지만 안주를 가리지는 않는다. 집에서는 뭐든 가리지 않고, 혼자 마실 때야 계란프라이면 어떻겠는가.
- 한번 맛을 보면 다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타고난 미각인가?
타고난 미각은 말도 안 되는 소리고 그냥 이 시대가 요구하는 실용적 요리에 능숙할 뿐이다. 25년 동안 했으니 나름대로 터득한 요리의 길을 알고 있을 뿐이다. 레시피대로 하자면 매번 재료를 사러 시장에 가야할 것이다.
있는 재료로 그때그때 만드는 숙련이 이뤄졌다고 해야 하나? 난자완스는 고기경단을 굽거나 튀긴 뒤 전분 소스를 부어서 내는 음식이다. 고기경단은 고기만으로도 만들 수 있고 여러 가지 재료로도 만들 수 있다. 냉장고 안에 있는 다양한 재료를 상황에 맞게 활용한다.
이 재료가 아니면 안 되고, 이 방법이 아니면 안 되는 게 아니다. 가지볶음 하나를 만들더라도 수십 가지 레시피의 음식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요즘은 무슨 반찬 해먹나? 만날 뭐해 먹나가 큰 고민이질 않나.
가족이 다함께 먹는 이벤트가 아니면 반찬을 거의 내놓지 않는다. 양가 부모님 댁에서 얻어온 김치나 멸치볶음 등 마른반찬 몇 가지 외에 요리 하나, 국 한 가지를 준비한다. 아니면 볶음밥이나 유부초밥으로 도시락을 준비할 때도 있다.
국은 얼갈이나 시금치, 근대 등을 넣은 된장국이나 육개장류, 미역국 등을 끓인다. 미역국에는 굴이나 홍합, 조개류 등을 넣는다. 아내가 국에 들어간 고기를 먹지 않기에…. 요리는 돼지고기나 감자, 당근, 양파, 버섯, 계란, 어묵, 마늘 등을 활용해 그날그날 다르게 만든다.
- 재표씨가 생각하는 집밥이란?
앞서도 얘기했지만 예전에는 식사를 차리고 함께 먹는 것이 일상의 행사고 의식이었다. 지금은 집밥이 편지나 선물 같은 메신저라고 생각한다. ‘같이 먹지는 못하지만 너를 위해 이렇게 준비했어’라고 마음을 전하는 ‘매개’라는 얘기다. 실제로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아들과 아내의 식사를 준비한다. 정성스럽게 쓴 편지를 읽어주지 않으면 서운하듯이 맛있게 먹어주지 않으면 속상한 이유다.
불가능한 얘기겠지만 다시 옛날처럼 하루 한 끼라도 함께 밥을 나누는 ‘식구(食口)’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을 담아 쓴 시가 ‘똥개’다. 밥 얘기 끝에 똥 얘기를 꺼내서 미안하지만 우리의 식사는 서로의 밥그릇에서 밥 한 덩이와 국 한 모금을 모아 누렁이나 바둑이의 저녁을 챙겨주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개도 하나의 식구로 살아가던 그때가 그립다.
똥개
똥 먹는 개를 키우고 싶다
사슬에 묶지 않아도 되는
마당이 필요하다
컹컹 짖어도 울리지 않는
하늘도 필요하다
외로운 개를 재워줄
별빛도 필요하다
내가 먹고 나눠 먹을 수 있는
밥도 필요하다
똥 먹는 개와 사랑을 나눌
이웃집 암캐도 필요하다
지금 내게는
이 모든 것이 없어서...
길에 어슬렁거리는 똥개와
거리에 뒹구는 개똥만 보아도
가슴 한 끝이 저린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