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베스트&워스트]경찰 해명에 초점맞춘 MBC와 CJB
지난 9월30일 청주상당경찰서는 고유정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 발표 내용을 방송 3사 모두가 주요뉴스로 보도했다. KBS와 MBC충북은 톱뉴스로, CJB는 두 번째 리포트로 전했다. 방송 3사의 고유정 관련 뉴스는 범죄사실을 전하는 언론의 관행적인 문제들을 짚어볼 수 있는 시사점이 많았다. 지난주 베스트&워스트, 고유정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보도태도를 살펴봤다.
경찰 수사 조목조목 비판한 KBS청주
방송 3사 뉴스 가운데 가장 돋보였던 보도는 KBS청주의 <‘결정적 증거’ 못 찾고 수사 종결>이다. KBS청주는 경찰 수사가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헛발질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비판의 근거를 조목조목 따져 제시했다. KBS는 경찰이 수사 결론을 뒤집을 만큼의 주요 정황증거라고 내세운 수면제 문제에 대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항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경찰이 제때 수사를 하지 못한 점은 안일했다고 비판했으며, 수사 초기 부실한 정황 증거를 토대로 한 용의자 설정도 패착이었다며 경찰이 6개월간 수사 과정에서 제대로 입증해내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찰 발표와 해명에 초점 맞춘 MBC충북과 CJB
KBS와 달리 MBC충북과 CJB는 경찰 발표 내용을 그대로 중계 보도하는 수준에 그쳤고 여러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MBC충북은 <'정황이 고유정 범행 말한다' 법정 공방>에서 경찰이 정황 증거로 고유정을 살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며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MBC충북은 경찰측 인터뷰 “이 사건은 직접 증거가 없이 정황에 의존해서 수사를 벌이다 보니까 한계가 많았지만, 그동안 확보한 다양한 증거에 대한 법률 분석 등을 통해서 최종 결론을 도출했습니다”라는 내용을 보도해 경찰이 한계에도 불구하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식에 뉘앙스를 전했다.
CJB는 <'고유정, 의붓아들도 살해'....검찰 송치>에서 경찰이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반쪽짜리 결론이란 지적이 나온다고 앵커멘트를 통해 전하긴 했지만 보도 내용에서는 “ 부실수사 논란에 대해 경찰은 사건 초기 별다른 타살혐의점을 찾지 못한 건 인정하나, 고씨가 사들인 수면유도제 성분이 국과수 주요 약물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 등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남편에 대해 '살인'혐의를 적용해 입건한 사실에 대해선 수사에 필요한 영장을 발부받기 위함이라고 해명했다.”며 경찰의 해명을 적극 전하는데 그쳤다.
큰 따옴표로 묶인 선정적 제목과 화면 사용 문제
MBC충북과 CJB의 보도 제목은 경찰의 발표를 토대로 큰따옴표로 인용 제목을 썼다. CJB는 “고유정이 의붓아들도 살해” 라는 선정적인 제목을 그대로 썼다. 경찰이 발표한 피의사실을 단정적인 제목으로 쓴 셈이다. 큰 따옴표로 인용했다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큰 따옴표는 중요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할 때 유의해야 한다. 보도제목에서 되도록 직접인용부호를 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MBC충북은 사건을 설명하기 위한 화면사용에서 고유정이 사용했던 침실과 살해된 피해자 아동의 사진을 보여줬다. 굳이 피해 아동 사진까지 보여줘야 했는지 의문이다.
피의사실 공표와 언론보도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재판도 받기 전에 언론보도를 통해 여론재판이 벌어진다. 고유정이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여러 정황이 드러났다고 해도 현재로선 고유정을 살인범으로 몰아가는 보도를 해선 안 된다. 그런데 이들 보도에서는 경찰이 부실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검찰이 어떻게 기소할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고유정을 전남편 살인범에 이어 현남편의 아들을 살해한 범인으로 낙인찍었다.
의붓아들 표현도 생각해봐야
피해자와 피의자의 관계를 설명하는 표현이 사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건 분명하다. 언론은 이번 사건에서 고유정의 의붓아들 이라는 표현을 모두 썼다. 충북지역 방송 3사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언론이 의붓아들이라고 썼다. 의붓아들을 의붓아들이라고 썼는데 왜 문제냐고 말할 수도 있다.
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와 피의자와의 관계, 이를테면 의붓아들, 계모, 계부 등 이런 표현들을 언론은 거리낌 없이 쓴다. 의붓아들이니까, 계모니까 하는 식으로 범죄 발생의 원인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한다는 문제점이 있으며, 이런 편견과 호기심이 다른 재혼 가정에는 또 다른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점까지도 언론은 신경 쓸 의무가 있다.
범죄 사실을 전할 때 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 문제를 전할 때에도 인권감수성에 기반한 사고를 통한 표현을 언론보도에서 보고 싶다. 이제 그 정도 품격을 갖춘 저널리즘을 이용할 권리가 시청자에게 있지 않나. 고유정 사건 보도로 언론보도의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지난주 베스트&워스트]경찰 해명에 초점맞춘 MBC와 CJB
지난 9월30일 청주상당경찰서는 고유정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 발표 내용을 방송 3사 모두가 주요뉴스로 보도했다. KBS와 MBC충북은 톱뉴스로, CJB는 두 번째 리포트로 전했다. 방송 3사의 고유정 관련 뉴스는 범죄사실을 전하는 언론의 관행적인 문제들을 짚어볼 수 있는 시사점이 많았다. 지난주 베스트&워스트, 고유정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보도태도를 살펴봤다.
경찰 수사 조목조목 비판한 KBS청주
방송 3사 뉴스 가운데 가장 돋보였던 보도는 KBS청주의 <‘결정적 증거’ 못 찾고 수사 종결>이다. KBS청주는 경찰 수사가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헛발질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비판의 근거를 조목조목 따져 제시했다. KBS는 경찰이 수사 결론을 뒤집을 만큼의 주요 정황증거라고 내세운 수면제 문제에 대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항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경찰이 제때 수사를 하지 못한 점은 안일했다고 비판했으며, 수사 초기 부실한 정황 증거를 토대로 한 용의자 설정도 패착이었다며 경찰이 6개월간 수사 과정에서 제대로 입증해내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찰 발표와 해명에 초점 맞춘 MBC충북과 CJB
KBS와 달리 MBC충북과 CJB는 경찰 발표 내용을 그대로 중계 보도하는 수준에 그쳤고 여러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MBC충북은 <'정황이 고유정 범행 말한다' 법정 공방>에서 경찰이 정황 증거로 고유정을 살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며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MBC충북은 경찰측 인터뷰 “이 사건은 직접 증거가 없이 정황에 의존해서 수사를 벌이다 보니까 한계가 많았지만, 그동안 확보한 다양한 증거에 대한 법률 분석 등을 통해서 최종 결론을 도출했습니다”라는 내용을 보도해 경찰이 한계에도 불구하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식에 뉘앙스를 전했다.
CJB는 <'고유정, 의붓아들도 살해'....검찰 송치>에서 경찰이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반쪽짜리 결론이란 지적이 나온다고 앵커멘트를 통해 전하긴 했지만 보도 내용에서는 “ 부실수사 논란에 대해 경찰은 사건 초기 별다른 타살혐의점을 찾지 못한 건 인정하나, 고씨가 사들인 수면유도제 성분이 국과수 주요 약물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 등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남편에 대해 '살인'혐의를 적용해 입건한 사실에 대해선 수사에 필요한 영장을 발부받기 위함이라고 해명했다.”며 경찰의 해명을 적극 전하는데 그쳤다.
큰 따옴표로 묶인 선정적 제목과 화면 사용 문제
MBC충북과 CJB의 보도 제목은 경찰의 발표를 토대로 큰따옴표로 인용 제목을 썼다. CJB는 “고유정이 의붓아들도 살해” 라는 선정적인 제목을 그대로 썼다. 경찰이 발표한 피의사실을 단정적인 제목으로 쓴 셈이다. 큰 따옴표로 인용했다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큰 따옴표는 중요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할 때 유의해야 한다. 보도제목에서 되도록 직접인용부호를 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MBC충북은 사건을 설명하기 위한 화면사용에서 고유정이 사용했던 침실과 살해된 피해자 아동의 사진을 보여줬다. 굳이 피해 아동 사진까지 보여줘야 했는지 의문이다.
피의사실 공표와 언론보도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재판도 받기 전에 언론보도를 통해 여론재판이 벌어진다. 고유정이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여러 정황이 드러났다고 해도 현재로선 고유정을 살인범으로 몰아가는 보도를 해선 안 된다. 그런데 이들 보도에서는 경찰이 부실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검찰이 어떻게 기소할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고유정을 전남편 살인범에 이어 현남편의 아들을 살해한 범인으로 낙인찍었다.
의붓아들 표현도 생각해봐야
피해자와 피의자의 관계를 설명하는 표현이 사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건 분명하다. 언론은 이번 사건에서 고유정의 의붓아들 이라는 표현을 모두 썼다. 충북지역 방송 3사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언론이 의붓아들이라고 썼다. 의붓아들을 의붓아들이라고 썼는데 왜 문제냐고 말할 수도 있다.
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와 피의자와의 관계, 이를테면 의붓아들, 계모, 계부 등 이런 표현들을 언론은 거리낌 없이 쓴다. 의붓아들이니까, 계모니까 하는 식으로 범죄 발생의 원인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한다는 문제점이 있으며, 이런 편견과 호기심이 다른 재혼 가정에는 또 다른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점까지도 언론은 신경 쓸 의무가 있다.
범죄 사실을 전할 때 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 문제를 전할 때에도 인권감수성에 기반한 사고를 통한 표현을 언론보도에서 보고 싶다. 이제 그 정도 품격을 갖춘 저널리즘을 이용할 권리가 시청자에게 있지 않나. 고유정 사건 보도로 언론보도의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