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 활성화와 지역언론 개혁을 위해 충북민언련이 활동해온지 올해로 16년째다. 나는 충북민언련 창립부터 지금까지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지난 16년을 지역언론이 중요하다고, 지역언론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그렇게 생각했기에 매일 아침 지역일간지를 모니터링 해 <충북뉴스브리핑>을 만들고, 매주 방송 보도를 모니터링 해 좋은 보도와 나쁜 보도를 선정하고, 뉴스의 이면을 들여다보겠다며 취재에 나서고 사람들을 만나고 언론문제를 알려내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올해는 지역언론이 정말 지역의 공론장 역할을 하고 있나? 지역주민의 여론을 반영하고 지역주민을 대변하고 있는 건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과 지역언론에서 과연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지역현안에 침묵하는 지역언론
올해 청주시에는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개발, 문화제조창C, 도시공원 민간개발, SK하이닉스의 LNG발전소 추진 등 굵직굵직한 주요 현안들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지역언론은 그야말로 본색을 드러냈다. 청주시에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줘도 검증 없이 베껴쓰기에 바빴고, 철저하게 민간개발사나 기업의 편에 서서 보도를 했다.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아예 보도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거다. 지역 이슈에 침묵하거나 노골적으로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왜곡 보도를 일삼는 행태를 지켜보면서 지역언론이 지역주민의 의견을 어떻게 묵살하고 있는지를 이전 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느꼈기 때문인지 회의감이 커졌다.
지역민주주의와 언론
수많은 현안들은 정보 자체도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지자체가 드러내고 싶지 않는 정보들은 철저히 가려졌고, 행정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 수 없는 과정들이 생략된 채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도 가져다 줬다. 지역의 민주주의가 과연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지역주민에 의해 선출된 단체장이 이토록 지역주민의 의견을 무시해도 되는 것인지 답답했다. 그런 가운데 도시공원 민간개발 문제에 대해 청주시가 민간개발이 필요하다는 선전을 위해 홍보 전단지를 만들어 각각 가구에 전달하는 ‘사건’도 지켜봤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정책을 알린다는 명분으로 거짓 선동을 하며 지자체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걸 지켜보면서 이것이 민주주의가 맞나? 지역언론은 대체 왜 존재하는 건가 생각했다. 지역언론의 공론장 역할, 지역여론을 반영해 지역민주주의를 발전시킨다는 지역언론의 역할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있을까 싶다.
지역언론을 먹여 살리는 지자체
충북지역은 지난 2016년 9월 청주지검이 지역언론을 대상으로 보조금 횡령 수사를 하면서 일간지들을 중심으로 보조금을 횡령해 언론사의 경영자금으로 쓴 사실이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인해 언론사 간부들이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청주지검은 “지역언론사들이 재정부실로 인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각종 지역 행사 개최를 빌미로 보조금을 전용하기도 하고 소속 기자 등 직원들에게는 최저 임금에 미달하거나 최저 임금을 겨우 넘는 정도의 임금을 지급하는 현실이다. 낮은 임금을 받은 기자들은 이를 보전하기 위해 기사 게재를 빌미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무리한 광고 수주활동을 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는 지역언론의 주요 광고주이다. 충북지역 지자체들은 지역언론사에 일정정도의 홍보예산을 발행 1년이 지나면 별도의 기준 없이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조금 횡령 사건으로 인해 주춤하긴 하지만 여전히 언론사를 지원하는 건 지자체이다. 게다가 미디어 환경이 달라지면서 기존의 신문, 방송 외에도 수많은 인터넷 언론들이 생겨나 광고 파이를 나누고 있다. 언론사에 주어지는 보조금이나 광고 공고비 외에도 주요 재원이 또 있다. 각 지자체의 공보관실에서 간담회 비용이라 쓰고 있는 업무추진비라 부르는 밥값이다. 기자들은 점심과 저녁을 모두 세금으로 해결한다. 예를 들면 청주시는 지난해 기자들과 오찬을 201회, 만찬을 96회 가졌다. 2018년도 총 근무일수는 245일이다. 44일을 빼고는 점심을 매일 먹었고 2.5일에 한번 꼴로 저녁을 먹었다. 이들이 먹는 밥은 일상임을 알 수 있다.
지자체 미디어 정책이 필요하다
나는 이제 지역언론에 개혁을 요구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 경영이 어려워 취재 인력을 충원하지 않아도 매일매일 지면은 발행된다. 그 내용이 자치단체의 보도자료로 채워져도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인다. 기자들은 저임금을 받아도 불만이 없어 보인다. 과거와 달리 촌지를 받지 않는다고 하지만 출입처에서 식사가 해결되고 대접을 나름 받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브리핑룸으로 바뀌었지만 책상이 놓이고 각종 편의를 제공받기도 한다. 노골적인 편파 보도를 해도 지역주민은 관심도 갖지 않는다. 그들이 언제는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긴 했나 라면서 …. 충북민언련이 열심히 모니터를 한다고 해도 무시하면 그 뿐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지역언론은 이제 절대 망하지도 않는다.
충북민언련을 비롯한 전국 지역 민언련은 지자체에 홍보예산 집행기준을 세울 것 등을 요구해왔지만 지난 16년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여전히 관행대로 예산을 지급하고, 관행대로 밥을 먹고, 보도자료를 제공한다. 지자체는 지역언론 정책을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았다. 과거 기자실을 브리핑룸으로 바꾸긴 했지만 기자단 위주의 출입처 문화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자체에도 나름의 지역언론 정책이 필요하다. 무분별한 언론에 혈세를 낭비하는 게 아니라 기준을 세워 홍보비를 지급하고,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기자들을 지원해왔던 방식을 바꾸고, 브리핑 체제로 바꾸고, 기사 체 보도자료가 아니라 데이터를 제공하는 식의 보도자료로 바꾸고 모든 걸 바꿔내야 조금이나마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역주민의 세금이 지역언론과 지자체의 공생관계를 공고히 해주는 역할만 해서는 안 된다. 그 관계로 인해 특정 세력의 배만 불리는 꼴도 더더욱 용납하기 어렵다.
이제 정말 ‘판’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닐까
지역언론을 지원하자고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을 만들었다. 건강한 지역언론이 지역을 살아나게 할 거라고 말했다. 지원을 받은 지역언론은 과연 건강해졌나? 그래서 지역사회는 발전했나?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지원했지만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최근 지자체 차원의 조례를 만들어 지원을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충북민언련도 지난 2010년 지원조례를 추진한 바 있다.)지역차원의 기구를 만들어 지원하면 홍보 예산 집행기준을 엄격하게 만들 수 있을까?! 만일 지원한다면 기존 신문과 방송만을 지원할 것인가. 달라진 미디어 생태계, 정작 지역을 위해서는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미디어에 대한 지원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게 아닐까.
기존의 지역언론을 모니터하고 개혁을 말하는 활동에서 이제는 방향 전환을 할 때이다. 더 이상 지역언론에 희망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지역주민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마을 공동체를 위한 미디어 지원, 지역민주주의를 위한 미디어 생태계를 위한 구조적인 변화를 모색해봐야 하지 않을까. 지속가능한 시민언론운동을 하려면 이제 지역언론을 대상으로 한 활동이 아니라 시민을 주체로 한 활동을 펼쳐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역언론 활성화와 지역언론 개혁을 위해 충북민언련이 활동해온지 올해로 16년째다. 나는 충북민언련 창립부터 지금까지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지난 16년을 지역언론이 중요하다고, 지역언론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그렇게 생각했기에 매일 아침 지역일간지를 모니터링 해 <충북뉴스브리핑>을 만들고, 매주 방송 보도를 모니터링 해 좋은 보도와 나쁜 보도를 선정하고, 뉴스의 이면을 들여다보겠다며 취재에 나서고 사람들을 만나고 언론문제를 알려내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올해는 지역언론이 정말 지역의 공론장 역할을 하고 있나? 지역주민의 여론을 반영하고 지역주민을 대변하고 있는 건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과 지역언론에서 과연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지역현안에 침묵하는 지역언론
올해 청주시에는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개발, 문화제조창C, 도시공원 민간개발, SK하이닉스의 LNG발전소 추진 등 굵직굵직한 주요 현안들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지역언론은 그야말로 본색을 드러냈다. 청주시에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줘도 검증 없이 베껴쓰기에 바빴고, 철저하게 민간개발사나 기업의 편에 서서 보도를 했다.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아예 보도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거다. 지역 이슈에 침묵하거나 노골적으로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왜곡 보도를 일삼는 행태를 지켜보면서 지역언론이 지역주민의 의견을 어떻게 묵살하고 있는지를 이전 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느꼈기 때문인지 회의감이 커졌다.
지역민주주의와 언론
수많은 현안들은 정보 자체도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지자체가 드러내고 싶지 않는 정보들은 철저히 가려졌고, 행정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 수 없는 과정들이 생략된 채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도 가져다 줬다. 지역의 민주주의가 과연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지역주민에 의해 선출된 단체장이 이토록 지역주민의 의견을 무시해도 되는 것인지 답답했다. 그런 가운데 도시공원 민간개발 문제에 대해 청주시가 민간개발이 필요하다는 선전을 위해 홍보 전단지를 만들어 각각 가구에 전달하는 ‘사건’도 지켜봤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정책을 알린다는 명분으로 거짓 선동을 하며 지자체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걸 지켜보면서 이것이 민주주의가 맞나? 지역언론은 대체 왜 존재하는 건가 생각했다. 지역언론의 공론장 역할, 지역여론을 반영해 지역민주주의를 발전시킨다는 지역언론의 역할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있을까 싶다.
지역언론을 먹여 살리는 지자체
충북지역은 지난 2016년 9월 청주지검이 지역언론을 대상으로 보조금 횡령 수사를 하면서 일간지들을 중심으로 보조금을 횡령해 언론사의 경영자금으로 쓴 사실이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인해 언론사 간부들이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청주지검은 “지역언론사들이 재정부실로 인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각종 지역 행사 개최를 빌미로 보조금을 전용하기도 하고 소속 기자 등 직원들에게는 최저 임금에 미달하거나 최저 임금을 겨우 넘는 정도의 임금을 지급하는 현실이다. 낮은 임금을 받은 기자들은 이를 보전하기 위해 기사 게재를 빌미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무리한 광고 수주활동을 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는 지역언론의 주요 광고주이다. 충북지역 지자체들은 지역언론사에 일정정도의 홍보예산을 발행 1년이 지나면 별도의 기준 없이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조금 횡령 사건으로 인해 주춤하긴 하지만 여전히 언론사를 지원하는 건 지자체이다. 게다가 미디어 환경이 달라지면서 기존의 신문, 방송 외에도 수많은 인터넷 언론들이 생겨나 광고 파이를 나누고 있다. 언론사에 주어지는 보조금이나 광고 공고비 외에도 주요 재원이 또 있다. 각 지자체의 공보관실에서 간담회 비용이라 쓰고 있는 업무추진비라 부르는 밥값이다. 기자들은 점심과 저녁을 모두 세금으로 해결한다. 예를 들면 청주시는 지난해 기자들과 오찬을 201회, 만찬을 96회 가졌다. 2018년도 총 근무일수는 245일이다. 44일을 빼고는 점심을 매일 먹었고 2.5일에 한번 꼴로 저녁을 먹었다. 이들이 먹는 밥은 일상임을 알 수 있다.
지자체 미디어 정책이 필요하다
나는 이제 지역언론에 개혁을 요구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 경영이 어려워 취재 인력을 충원하지 않아도 매일매일 지면은 발행된다. 그 내용이 자치단체의 보도자료로 채워져도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인다. 기자들은 저임금을 받아도 불만이 없어 보인다. 과거와 달리 촌지를 받지 않는다고 하지만 출입처에서 식사가 해결되고 대접을 나름 받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브리핑룸으로 바뀌었지만 책상이 놓이고 각종 편의를 제공받기도 한다. 노골적인 편파 보도를 해도 지역주민은 관심도 갖지 않는다. 그들이 언제는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긴 했나 라면서 …. 충북민언련이 열심히 모니터를 한다고 해도 무시하면 그 뿐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지역언론은 이제 절대 망하지도 않는다.
충북민언련을 비롯한 전국 지역 민언련은 지자체에 홍보예산 집행기준을 세울 것 등을 요구해왔지만 지난 16년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여전히 관행대로 예산을 지급하고, 관행대로 밥을 먹고, 보도자료를 제공한다. 지자체는 지역언론 정책을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았다. 과거 기자실을 브리핑룸으로 바꾸긴 했지만 기자단 위주의 출입처 문화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자체에도 나름의 지역언론 정책이 필요하다. 무분별한 언론에 혈세를 낭비하는 게 아니라 기준을 세워 홍보비를 지급하고,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기자들을 지원해왔던 방식을 바꾸고, 브리핑 체제로 바꾸고, 기사 체 보도자료가 아니라 데이터를 제공하는 식의 보도자료로 바꾸고 모든 걸 바꿔내야 조금이나마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역주민의 세금이 지역언론과 지자체의 공생관계를 공고히 해주는 역할만 해서는 안 된다. 그 관계로 인해 특정 세력의 배만 불리는 꼴도 더더욱 용납하기 어렵다.
이제 정말 ‘판’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닐까
지역언론을 지원하자고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을 만들었다. 건강한 지역언론이 지역을 살아나게 할 거라고 말했다. 지원을 받은 지역언론은 과연 건강해졌나? 그래서 지역사회는 발전했나?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지원했지만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최근 지자체 차원의 조례를 만들어 지원을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충북민언련도 지난 2010년 지원조례를 추진한 바 있다.)지역차원의 기구를 만들어 지원하면 홍보 예산 집행기준을 엄격하게 만들 수 있을까?! 만일 지원한다면 기존 신문과 방송만을 지원할 것인가. 달라진 미디어 생태계, 정작 지역을 위해서는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미디어에 대한 지원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게 아닐까.
기존의 지역언론을 모니터하고 개혁을 말하는 활동에서 이제는 방향 전환을 할 때이다. 더 이상 지역언론에 희망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지역주민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마을 공동체를 위한 미디어 지원, 지역민주주의를 위한 미디어 생태계를 위한 구조적인 변화를 모색해봐야 하지 않을까. 지속가능한 시민언론운동을 하려면 이제 지역언론을 대상으로 한 활동이 아니라 시민을 주체로 한 활동을 펼쳐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