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민언련이 세 번째로 만난 사람은 김수정 회원님입니다. 회원님은 젠더전문가로 민·관의 여러 분야에 참여해 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충북민언련이 발행한 청주여성시민매거진 <떼다>의 편집위원을 맡기도 했었는데요. 그런 회원님이 처음 충북민언련에 가입하게 된 계기, 그리고 활동가들을 응원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성으로서 또 젠더전문가로서 충북민언련의 활동을 어떻게 보고 무엇을 기대하는지도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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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젠더의 연관성을 깨우쳐 준 계기
충북민언련 회원이 된 이유는요?
충북민언련이 역사가 오래된 단체라 알고는 있었지만 특수한 분야이다 보니 친숙하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그러다 계희수와 현슬기가 들어가면서부터 충북민언련의 행보가 더 선명해지겠다는 기대가 있었죠. 그래서 저도 회원가입하고 후원금을 내기 시작했고요.
특히 충북민언련에서 청주시 양성평등 기금을 받아 여성 매거진을 만들 수 있었어요. 정말 좋은 기회였죠. 여성주의 의식을 가진 두 여성 활동가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유형의 신문 매거진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지금 2호도 준비하고 있다고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충북민언련이 한편으로는 여성운동의 확장 지형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면이 더욱 애정으로 바라보게 된 계기가 됐어요.
우리가 언론운동의 자장 안에서 여성과 젠더 이슈를 다루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국민의 반이 여성이니 언론이 젠더 문제는 일상적으로 붙어서 분석돼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언론이 젠더 문제를 다루면 여성운동의 협소함 또는 여성의 예민함으로 치부되는 문화가 있잖아요. 젠더 문제를 별도의 영역으로 특화시켜서 보기도 하고요. 그게 문제라고 지적하는 언론사의 글도 보기 어려워요. 그러니 충북민언련에서 젠더 문제를 계속해서 담아내는 게 우리의 시야를 훨씬 객관적으로 만드는 거죠. 이런 맥락에서 저도 힘을 보태서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충북민언련 활동이 언론과 젠더가 어떤 연관성을 중요하게 갖는가를 깨우쳐준 하나의 계기로 작동하기도 했죠. 두 활동가를 전에도 알고 있었는데 친밀한 사람이 들어가서 일 하는 걸 가까이 보면서 이렇게도 영역을 확장할 수 있구나 싶었어요. 기존의 언론운동 진영에서는 언론만 이야기했지 젠더를 그 속에서 이야기하거나 분석하지 않았어요. 아무도 들춰내지 않았던 문제를 전면화했다는 점에서 충북민언련의 활동을 아주 반갑게 생각했죠. 그런 의미에서 두 활동가들의 행보가 지역의 자원으로서는 되게 귀한 존재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역의 방향을 만들어가는 것이 충북민언련의 역할
김수정 회원이 충북민언련이 기획한 청주여성시민매거진 기획 강의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지금의 지역언론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지역신문 안 본 지는 좀 됐어요. 전에는 중부매일이나 충청리뷰 정도 봤었고 지역 신문에 칼럼을 많이 썼었기 때문에 관심이 상당했죠. 근데 어느 순간 언론 지형 자체가 인터넷 중심으로 바뀌었죠. 점점 지역 신문은 연합뉴스를 계속 베껴 쓰고 탐사보도도 없고 칼럼도 읽을 만한 게 별로 없더라고요. 운동 진영에서 기대하는 투쟁 현장이 담긴 현장성 있는 기사 같은 것도 잘 안 써주고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니 전체적으로 질이 떨어지면서 이제는 관공서만 기사를 열심히 읽는 거 같아요.
또 다른 측면에서 기자들이 여성계 취재한다고 찾아 올 때 보면 이슈를 잘 모르더라고요. 제가 90년대 여성민우회 활동 한참 할 때만 해도 여성부 기자들이 어느 정도 지식이 있었거든요. 아니면 그때는 다 같이 무식해서 조금만 알아도 쓸 수 있었나? 아무튼 지금은 워낙 영역이 다각화되기도 하고 꽤 알아야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됐죠. 기자들이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니까. 그래서 그 정도 수준이라면 이걸 누가 보겠는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본인이 왜 기자를 하는지 질문하는 자기 소명을 가진 기자도 드문 것 같고요.
저희가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정말 바뀌기 힘든 것 같아요.
그래도 지역 시민이 살 길이 언론이 로컬을 제대로 전하고 방향을 만드는 거라는 의미에서 이런 것을 추동할 수 있는 충북민언련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어떨 때는 시장 자체가 변화했는데 우리가 아무도 안 보는 신문에 너무 과한 의미를 주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요. 대안언론도 많아지고 유튜브 같은 것들 영향력이 훨씬 커지니까, 필요하다면 이것들을 특화할 수 있는 조직을 충북민언련 안에 새롭게 편성해서 대안언론을 만드는 게 우리에게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게 떼다이기도 하고 다른시선이기도 했고요.
많은 분들이 지역에서 어떤 형태로든 대안언론을 하나 가져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우리가 비판을 할 때는 뭔가 변하기를 기대해서 하는 거잖아요. 근데 지역언론 사주나 신문의 기조를 결정하는 임원들의 면면을 보면 너무 철옹성처럼 도저히 나아질 수 없겠다 싶어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에서 똑같은 걸 계속 비평해내는 건 서로가 기운 빠지는 일이라. 지역언론의 중요성에 동의하지만 살아 있는 생물로서의 역할을 못할 때는 과감하게 변신이 필요한 거죠. 아무도 보지 않는 신문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저는 그런 면에서 충북민언련이 기존 언론을 계속 비판한다면 무언가 새로운 방향이나 방식을 찾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시대를 고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대안언론도 필요하고 언론을 견제하는 충북민언련의 역할도 아주 중요한 거죠. 덧붙이면 지역언론도 살려서 역할을 하게 만들고, 그러려면 충북민언련도 살리는 게 필요하다 말하고 싶어요.
죽지 않고 살아남아 새로운 장을 열자
충북민언련 20주년 슬로건을 언론운동의 판을 뒤집다로 정했어요. 어떻게 보세요?
지금의 운동판에 그런 시대적 딜레마가 있는 거 같아요. 이전에 해왔던 방식을 답습하면서 살아왔는데 세계가 너무 다원화되고 세부화 되니까 이제 바뀌어야 되는 건 알겠어. 근데 뭐를 바꿔야 되는지는 그림이 안 나오는 혼돈 상태인 거예요. 뭘 해야 될지 모르고 예전에 운동했던 사람이 지금까지 그 판을 계속 잡고 있단 말이에요. 오래 해왔던 사람들 머리에서 새로운 게 절대 나올 수 없다고 봐요. 근데 문제는 젊은 활동가들이 들어가서 뭔가 해보려고 할 때 그들은 못하게 해요. 그래서 이 세계는 바뀌고 있는데 후배들이 크지 못하고 어르신들만 남아 있는 이상한 운동판, 그리고 언론판이 되는 거죠.
이걸 뒤집으려면 흔들리겠죠. 아마 몇 년이 걸릴 거예요. 생존 조건도 너무 어려워지는 세계잖아요. 후원금 문제부터 사람들이 너무 복잡하게 사니까 오히려 어느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이상한 사회가 돼서 활동 동지들을 만들어내기도 더 힘든 것 같고요. 이런 와중에 죽지 않고 살아남아서 새로운 장을 열어야죠. 어떻게든 도우려고 합니다.
충북민언련이 세 번째로 만난 사람은 김수정 회원님입니다. 회원님은 젠더전문가로 민·관의 여러 분야에 참여해 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충북민언련이 발행한 청주여성시민매거진 <떼다>의 편집위원을 맡기도 했었는데요. 그런 회원님이 처음 충북민언련에 가입하게 된 계기, 그리고 활동가들을 응원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성으로서 또 젠더전문가로서 충북민언련의 활동을 어떻게 보고 무엇을 기대하는지도 들어봤습니다.
언론과 젠더의 연관성을 깨우쳐 준 계기
충북민언련 회원이 된 이유는요?
충북민언련이 역사가 오래된 단체라 알고는 있었지만 특수한 분야이다 보니 친숙하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그러다 계희수와 현슬기가 들어가면서부터 충북민언련의 행보가 더 선명해지겠다는 기대가 있었죠. 그래서 저도 회원가입하고 후원금을 내기 시작했고요.
특히 충북민언련에서 청주시 양성평등 기금을 받아 여성 매거진을 만들 수 있었어요. 정말 좋은 기회였죠. 여성주의 의식을 가진 두 여성 활동가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유형의 신문 매거진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지금 2호도 준비하고 있다고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충북민언련이 한편으로는 여성운동의 확장 지형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면이 더욱 애정으로 바라보게 된 계기가 됐어요.
우리가 언론운동의 자장 안에서 여성과 젠더 이슈를 다루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국민의 반이 여성이니 언론이 젠더 문제는 일상적으로 붙어서 분석돼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언론이 젠더 문제를 다루면 여성운동의 협소함 또는 여성의 예민함으로 치부되는 문화가 있잖아요. 젠더 문제를 별도의 영역으로 특화시켜서 보기도 하고요. 그게 문제라고 지적하는 언론사의 글도 보기 어려워요. 그러니 충북민언련에서 젠더 문제를 계속해서 담아내는 게 우리의 시야를 훨씬 객관적으로 만드는 거죠. 이런 맥락에서 저도 힘을 보태서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충북민언련 활동이 언론과 젠더가 어떤 연관성을 중요하게 갖는가를 깨우쳐준 하나의 계기로 작동하기도 했죠. 두 활동가를 전에도 알고 있었는데 친밀한 사람이 들어가서 일 하는 걸 가까이 보면서 이렇게도 영역을 확장할 수 있구나 싶었어요. 기존의 언론운동 진영에서는 언론만 이야기했지 젠더를 그 속에서 이야기하거나 분석하지 않았어요. 아무도 들춰내지 않았던 문제를 전면화했다는 점에서 충북민언련의 활동을 아주 반갑게 생각했죠. 그런 의미에서 두 활동가들의 행보가 지역의 자원으로서는 되게 귀한 존재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역의 방향을 만들어가는 것이 충북민언련의 역할
김수정 회원이 충북민언련이 기획한 청주여성시민매거진 기획 강의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지금의 지역언론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지역신문 안 본 지는 좀 됐어요. 전에는 중부매일이나 충청리뷰 정도 봤었고 지역 신문에 칼럼을 많이 썼었기 때문에 관심이 상당했죠. 근데 어느 순간 언론 지형 자체가 인터넷 중심으로 바뀌었죠. 점점 지역 신문은 연합뉴스를 계속 베껴 쓰고 탐사보도도 없고 칼럼도 읽을 만한 게 별로 없더라고요. 운동 진영에서 기대하는 투쟁 현장이 담긴 현장성 있는 기사 같은 것도 잘 안 써주고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니 전체적으로 질이 떨어지면서 이제는 관공서만 기사를 열심히 읽는 거 같아요.
또 다른 측면에서 기자들이 여성계 취재한다고 찾아 올 때 보면 이슈를 잘 모르더라고요. 제가 90년대 여성민우회 활동 한참 할 때만 해도 여성부 기자들이 어느 정도 지식이 있었거든요. 아니면 그때는 다 같이 무식해서 조금만 알아도 쓸 수 있었나? 아무튼 지금은 워낙 영역이 다각화되기도 하고 꽤 알아야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됐죠. 기자들이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니까. 그래서 그 정도 수준이라면 이걸 누가 보겠는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본인이 왜 기자를 하는지 질문하는 자기 소명을 가진 기자도 드문 것 같고요.
저희가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정말 바뀌기 힘든 것 같아요.
그래도 지역 시민이 살 길이 언론이 로컬을 제대로 전하고 방향을 만드는 거라는 의미에서 이런 것을 추동할 수 있는 충북민언련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어떨 때는 시장 자체가 변화했는데 우리가 아무도 안 보는 신문에 너무 과한 의미를 주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요. 대안언론도 많아지고 유튜브 같은 것들 영향력이 훨씬 커지니까, 필요하다면 이것들을 특화할 수 있는 조직을 충북민언련 안에 새롭게 편성해서 대안언론을 만드는 게 우리에게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게 떼다이기도 하고 다른시선이기도 했고요.
많은 분들이 지역에서 어떤 형태로든 대안언론을 하나 가져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우리가 비판을 할 때는 뭔가 변하기를 기대해서 하는 거잖아요. 근데 지역언론 사주나 신문의 기조를 결정하는 임원들의 면면을 보면 너무 철옹성처럼 도저히 나아질 수 없겠다 싶어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에서 똑같은 걸 계속 비평해내는 건 서로가 기운 빠지는 일이라. 지역언론의 중요성에 동의하지만 살아 있는 생물로서의 역할을 못할 때는 과감하게 변신이 필요한 거죠. 아무도 보지 않는 신문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저는 그런 면에서 충북민언련이 기존 언론을 계속 비판한다면 무언가 새로운 방향이나 방식을 찾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시대를 고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대안언론도 필요하고 언론을 견제하는 충북민언련의 역할도 아주 중요한 거죠. 덧붙이면 지역언론도 살려서 역할을 하게 만들고, 그러려면 충북민언련도 살리는 게 필요하다 말하고 싶어요.
죽지 않고 살아남아 새로운 장을 열자
충북민언련 20주년 슬로건을 언론운동의 판을 뒤집다로 정했어요. 어떻게 보세요?
지금의 운동판에 그런 시대적 딜레마가 있는 거 같아요. 이전에 해왔던 방식을 답습하면서 살아왔는데 세계가 너무 다원화되고 세부화 되니까 이제 바뀌어야 되는 건 알겠어. 근데 뭐를 바꿔야 되는지는 그림이 안 나오는 혼돈 상태인 거예요. 뭘 해야 될지 모르고 예전에 운동했던 사람이 지금까지 그 판을 계속 잡고 있단 말이에요. 오래 해왔던 사람들 머리에서 새로운 게 절대 나올 수 없다고 봐요. 근데 문제는 젊은 활동가들이 들어가서 뭔가 해보려고 할 때 그들은 못하게 해요. 그래서 이 세계는 바뀌고 있는데 후배들이 크지 못하고 어르신들만 남아 있는 이상한 운동판, 그리고 언론판이 되는 거죠.
이걸 뒤집으려면 흔들리겠죠. 아마 몇 년이 걸릴 거예요. 생존 조건도 너무 어려워지는 세계잖아요. 후원금 문제부터 사람들이 너무 복잡하게 사니까 오히려 어느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이상한 사회가 돼서 활동 동지들을 만들어내기도 더 힘든 것 같고요. 이런 와중에 죽지 않고 살아남아서 새로운 장을 열어야죠. 어떻게든 도우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