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민언련 20주년 기념 10인의 회원인터뷰 시리즈 <당신의 지지로 길을 내다> 네 번째 주인공은 KBS청주총국의 이정훈 기자입니다. 이정훈 기자는 제천영육아원 아동학대 실태를 파헤친 보도로 충북민언련이 10주년을 맞아 제정한 ‘충북민주언론시민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그로부터 십 년이 지나 다시 만난 이정훈 기자는 여전히 현장에서 심층보도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정훈 기자는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며 인터뷰를 사양했습니다. 그러나 이정훈 기자가 말하는 ‘기자’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꼭 전하고 싶어 허락을 구했습니다. |
북이면 소각장 이슈 아직도 감시하고 있다
2년 전 환경부가 북이면 소각장 주민 역학조사 재조사를 결정하는데 이정훈 기자의 보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어떻게 취재하게 됐는지 이야기해달라.
한 마을에서 각종 암으로 사망한 주민이 60여 명이 넘는데 소각장과 집단 암 사이에 역학적 연관성이 없다는 발표를 보고 지역사회에서 반발이 클 거라 예상했는데 너무 조용했다. 처음엔 언론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가 있었다. 만일 이런 일이 서울에서 일어났다면 그러지 않을 텐데…, 북이면은 사실 청주에서도 변방이고 주민들도 고령화되고 그래서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분위기 등 여러 가지가 문제가 결합면서 문제 제기 없이 가라앉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 싶었다. 마치 침묵의 카르텔처럼, 그런 상황이 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이슈라 공부를 많이 해야 했다. 환경부에서 발표하는 내용 들은 사실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상당히 힘들 개념들이다. 공부하고 취재해 나가다 보니 환경부가 조사 결과를 객관적인 검증을 하지 않고 소각장에 면죄부를 주는 발표를 했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 자체가 상당히 문제라고 생각해 환경부의 조사 결과를 철저히 검증하는 쪽으로 취재 방향을 잡았다.
환경부는 조사 결과에 문제가 없다며 KBS가 악의적 보도를 한다고 대응하기도 했고 취재 협조도 안 됐다. 언론사에서 독자적으로 검증을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 국내에서 인정받는 전문가들에게 계속 자문을 구하며 취재를 해나갔다. 그렇게 계속 보도해 나가니까 청주시의회에서도 결의문을 채택하고 지역 시민사회단체 쪽에서도 문제제기하고 주민들도 집단행동으로 항의 집회에 나서는 등 조직화 되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 들로 결국 재조사 결정이 났지만, 현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 사실 좀 답답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다. 그래도 계속 감시하고 있다.
지역에서 보면 출입처 중심의 보도가 많다. 탐사보도나 심층 취재 보도를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런 분위기에서도 차별화된 보도를 많이 하는 편이다.
기레기라는 말이 일반 명사처럼 돼버린 언론 현실에서 언론인들이 내세울 수 있는 생존 전략이 차별화된 보도라고 생각한다. 출입처 제도는 효율적인 면도 있긴 하지만 적극적인 취재 보도를 힘들게 만드는 구조라서 기자들이 쉽게 매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안 하고 피하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공익적으로 의미 있고 기사 가치가 분명히 있다고 판단되는 이슈를 찾는다. 제천 영유아 아동학대 사건이나 북이면 소각장 문제, 구제역 물백신 탐사보도나 특전사 질식사 가혹훈련 고발보도 등은 언론이 문제점을 찾아내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고 그들의 목소리를 계속 옆에서 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재난 보도도 마찬가지다. 피해자 중심의 보도가 필요하다. 어떤 어려운 점이 있는지, 힘든 부분이라든가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계속 관심갖는 게 필요하다. 지역은 특히 지역민들이 갈등을 느끼는 사안이나 소외된 곳을 비추는 보도가 필요하다.
피해자 중심의 보도로, 소외된 곳 비추는 역할 하고 싶다
열심히 심층 보도를 해나가는 힘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지치지 않나. 이 기자를 버티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탐사보도에 관심 갖게 된 것도 사실 지역적인 한계 때문이다. 다양한 아이템을 찾기 어려운 지역 환경이다. 깊이 들여다보는 이슈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대학원에서 공부한 이후부터 부쩍 공부에 재미를 느꼈고 열심히 했다. 덕분에 구제역 물백신 탐사 보도에서도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공부하다 보면 사회적 약자를 도와줄 수 있는 무기를 찾은 느낌이다. 공부를 안 하면 뻔한 기사 밖에 쓰질 못한다. 기자도 결국 전문성을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남이 들여다보지 못하는 긁어주지 못하는 부분들을 짚어내야 는 데 그러려면 본인이 전문성 깊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원래 평범하게 하는 걸 거부하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군대도 해병대를 자원입대했고, 요즘은 안 하지만 마라톤도 뛰고 그랬다. 워낙에 자기관리를 잘하는 편이어서 그런지 번 아웃이 올만도 한데 안 온다.(웃음) 그리고 가족들이 든든하게 버틸 힘이 되어 준다. 고맙다.
십여 년 전에 충북민언련에 찾아와 모니터를 해달라고 하지 않았나. 기자들이 보통 민언련에 거리 두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직접 찾아와 모니터링을 부탁해 인상적이었다.
KBS에 입사하기 전에 지역 케이블 매체에 있었는데 피드백이 별로 없었다. KBS에 들어가서는 파급력이 크니 이전과 다를 거라 예상했는데 피부로 와닿게 느껴지지 않았다. 주민들과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충북민언련에 찾아갔다. 민언련은 언론을 감시하는 역할로 언론계에 긴장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언련에서 모니터링을 해주는 게 기자들에겐 동기부여 역할을 할 수 있어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언론 산업계 전체가 상당히 위축되는 분위기다. 지상파도 위기를 많이 느낀다. 여러 플랫폼이 생기면서 웬만한 언론사들보다 파급력이 큰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로 바뀌지 않았나. 특히 수신료 분리 징수 상황이 되면 지역이 더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긴장도 격려도 필요하다. 민언련이 그런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민언련에 활동가들이 늘어나면서 활력도 생기고 정체되지 않는 것 같아 보기 좋다. 여성시민매거진 <떼다>를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도 발전하는 것 같다.
충북민언련에 바란다 … 긴장도 격려도 필요하다
“심층보도를 하는 기자, 자신만의 ‘필모그래피’가 있는 기자”로 지역사회에서 나름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의 포부도 밝혀달라.
평생을 언론계에 몸담았다고 하더라도 내세울 만한 기사가 제대로 없는 기자들도 많은 것을 보면 나는 나름 열심히 해왔다고 자부한다. 밥값 하는 기자, 시청자들에 기억에 남는 보도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KBS 기자로서 수신료의 효능감을 알게 해주는 기자이고 싶다.
어려서부터 나이 들어서도 현장을 언론인들을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70대가 되어도 현장을 지키고 싶다. 언론 현장을 오랫동안 지키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목소리에 귀담아들어 주고 힘 있고 그런 사람들한테 계속 긴장감을 풀어줄 수 있는 게 진짜 제대로 된 기자이고 언론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충북민언련 20주년 기념 10인의 회원인터뷰 시리즈 <당신의 지지로 길을 내다> 네 번째 주인공은 KBS청주총국의 이정훈 기자입니다. 이정훈 기자는 제천영육아원 아동학대 실태를 파헤친 보도로 충북민언련이 10주년을 맞아 제정한 ‘충북민주언론시민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그로부터 십 년이 지나 다시 만난 이정훈 기자는 여전히 현장에서 심층보도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정훈 기자는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며 인터뷰를 사양했습니다. 그러나 이정훈 기자가 말하는 ‘기자’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꼭 전하고 싶어 허락을 구했습니다.
북이면 소각장 이슈 아직도 감시하고 있다
2년 전 환경부가 북이면 소각장 주민 역학조사 재조사를 결정하는데 이정훈 기자의 보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어떻게 취재하게 됐는지 이야기해달라.
한 마을에서 각종 암으로 사망한 주민이 60여 명이 넘는데 소각장과 집단 암 사이에 역학적 연관성이 없다는 발표를 보고 지역사회에서 반발이 클 거라 예상했는데 너무 조용했다. 처음엔 언론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가 있었다. 만일 이런 일이 서울에서 일어났다면 그러지 않을 텐데…, 북이면은 사실 청주에서도 변방이고 주민들도 고령화되고 그래서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분위기 등 여러 가지가 문제가 결합면서 문제 제기 없이 가라앉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 싶었다. 마치 침묵의 카르텔처럼, 그런 상황이 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이슈라 공부를 많이 해야 했다. 환경부에서 발표하는 내용 들은 사실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상당히 힘들 개념들이다. 공부하고 취재해 나가다 보니 환경부가 조사 결과를 객관적인 검증을 하지 않고 소각장에 면죄부를 주는 발표를 했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 자체가 상당히 문제라고 생각해 환경부의 조사 결과를 철저히 검증하는 쪽으로 취재 방향을 잡았다.
환경부는 조사 결과에 문제가 없다며 KBS가 악의적 보도를 한다고 대응하기도 했고 취재 협조도 안 됐다. 언론사에서 독자적으로 검증을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 국내에서 인정받는 전문가들에게 계속 자문을 구하며 취재를 해나갔다. 그렇게 계속 보도해 나가니까 청주시의회에서도 결의문을 채택하고 지역 시민사회단체 쪽에서도 문제제기하고 주민들도 집단행동으로 항의 집회에 나서는 등 조직화 되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 들로 결국 재조사 결정이 났지만, 현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 사실 좀 답답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다. 그래도 계속 감시하고 있다.
지역에서 보면 출입처 중심의 보도가 많다. 탐사보도나 심층 취재 보도를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런 분위기에서도 차별화된 보도를 많이 하는 편이다.
기레기라는 말이 일반 명사처럼 돼버린 언론 현실에서 언론인들이 내세울 수 있는 생존 전략이 차별화된 보도라고 생각한다. 출입처 제도는 효율적인 면도 있긴 하지만 적극적인 취재 보도를 힘들게 만드는 구조라서 기자들이 쉽게 매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안 하고 피하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공익적으로 의미 있고 기사 가치가 분명히 있다고 판단되는 이슈를 찾는다. 제천 영유아 아동학대 사건이나 북이면 소각장 문제, 구제역 물백신 탐사보도나 특전사 질식사 가혹훈련 고발보도 등은 언론이 문제점을 찾아내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고 그들의 목소리를 계속 옆에서 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재난 보도도 마찬가지다. 피해자 중심의 보도가 필요하다. 어떤 어려운 점이 있는지, 힘든 부분이라든가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계속 관심갖는 게 필요하다. 지역은 특히 지역민들이 갈등을 느끼는 사안이나 소외된 곳을 비추는 보도가 필요하다.
피해자 중심의 보도로, 소외된 곳 비추는 역할 하고 싶다
열심히 심층 보도를 해나가는 힘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지치지 않나. 이 기자를 버티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탐사보도에 관심 갖게 된 것도 사실 지역적인 한계 때문이다. 다양한 아이템을 찾기 어려운 지역 환경이다. 깊이 들여다보는 이슈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대학원에서 공부한 이후부터 부쩍 공부에 재미를 느꼈고 열심히 했다. 덕분에 구제역 물백신 탐사 보도에서도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공부하다 보면 사회적 약자를 도와줄 수 있는 무기를 찾은 느낌이다. 공부를 안 하면 뻔한 기사 밖에 쓰질 못한다. 기자도 결국 전문성을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남이 들여다보지 못하는 긁어주지 못하는 부분들을 짚어내야 는 데 그러려면 본인이 전문성 깊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원래 평범하게 하는 걸 거부하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군대도 해병대를 자원입대했고, 요즘은 안 하지만 마라톤도 뛰고 그랬다. 워낙에 자기관리를 잘하는 편이어서 그런지 번 아웃이 올만도 한데 안 온다.(웃음) 그리고 가족들이 든든하게 버틸 힘이 되어 준다. 고맙다.
십여 년 전에 충북민언련에 찾아와 모니터를 해달라고 하지 않았나. 기자들이 보통 민언련에 거리 두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직접 찾아와 모니터링을 부탁해 인상적이었다.
KBS에 입사하기 전에 지역 케이블 매체에 있었는데 피드백이 별로 없었다. KBS에 들어가서는 파급력이 크니 이전과 다를 거라 예상했는데 피부로 와닿게 느껴지지 않았다. 주민들과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충북민언련에 찾아갔다. 민언련은 언론을 감시하는 역할로 언론계에 긴장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언련에서 모니터링을 해주는 게 기자들에겐 동기부여 역할을 할 수 있어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언론 산업계 전체가 상당히 위축되는 분위기다. 지상파도 위기를 많이 느낀다. 여러 플랫폼이 생기면서 웬만한 언론사들보다 파급력이 큰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로 바뀌지 않았나. 특히 수신료 분리 징수 상황이 되면 지역이 더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긴장도 격려도 필요하다. 민언련이 그런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민언련에 활동가들이 늘어나면서 활력도 생기고 정체되지 않는 것 같아 보기 좋다. 여성시민매거진 <떼다>를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도 발전하는 것 같다.
충북민언련에 바란다 … 긴장도 격려도 필요하다
“심층보도를 하는 기자, 자신만의 ‘필모그래피’가 있는 기자”로 지역사회에서 나름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의 포부도 밝혀달라.
평생을 언론계에 몸담았다고 하더라도 내세울 만한 기사가 제대로 없는 기자들도 많은 것을 보면 나는 나름 열심히 해왔다고 자부한다. 밥값 하는 기자, 시청자들에 기억에 남는 보도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KBS 기자로서 수신료의 효능감을 알게 해주는 기자이고 싶다.
어려서부터 나이 들어서도 현장을 언론인들을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70대가 되어도 현장을 지키고 싶다. 언론 현장을 오랫동안 지키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목소리에 귀담아들어 주고 힘 있고 그런 사람들한테 계속 긴장감을 풀어줄 수 있는 게 진짜 제대로 된 기자이고 언론인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