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⑨] 지역 저널리즘 지키기 위해선 지역민의 지지가 필요하다 - 이상대 회원

충북민언련 사무국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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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대 회원님은 CJB청주방송의 26년차 PD로 오랜 세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출연해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언론노조 노조위원장으로서 언론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언론사가 권력을 감시하는 기능을 다하고 있는지 견제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언론이 있으려면 언론을 감시하는 충북민언련 운동이 꼭 필요하다는 이상대 회원님을 만나 지역언론과 언론운동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역언론 위기 돌파하려면, 지역민의 지지 필요해


언제부터 언론인의 길을 걸으셨나요? PD로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장면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저에게는 청주방송이 첫 직장이나 다름이 없는데요. 1997년 9월에 입사를 했으니 벌써 26년이 지났습니다.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만났던 이웃들과 그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이웃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죠. 그중에서 2021년 7월부터 노조위원장을 다시 맡기 직전에 취재했던 증평 개농장 사건이 생각이 납니다. 직접 그런 참혹한 현장을 접한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동물들이 처참한 환경에 안타깝게 버려져 있었는데, 또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평생의 가족을 만나는 과정이 감동적이기도 했고 많은 위로를 받기도 했습니다. 사람에 의해 목숨을 잃을 뻔했던 개들이 사람을 보고 꼬리치며 반가워하는 모습이나 삶에 대해 간절한 눈빛을 보내던 것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장면입니다.


지금은 전국언론노조 청주방송지부의 노조위원장으로 노동조합을 이끄는 동시에 전국언론노조 충북지역협의회 의장도 맡고 계세요. 언론노조 활동은 언제, 어떤 계기로 하게 되셨어요?

 

입사 후 조합에 가입한 후 줄곧 대의원이나 집행부 활동을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2016년에 처음 노조위원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1997년 청주방송 개국과 함께 IMF 외환위기가 닥쳤습니다. 그동안 겪어 보지 못했던 경제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 모든 기업들은 노동자들을 대량해고로 내몰았고 청주방송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부당해고에 맞서며 청주방송노동조합이 설립됐습니다. 노동조합의 파업에 맞선 회사의 직장폐쇄가 장기간 이어졌고, 결국 노동조합만이 노동자를 지켜낼 수 있다는 걸 목격했고 경험하게 되었는데요. 경영위기라는 명분으로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자본의 폭력을 막아내고, 더 나아가 언론노동자들이 보다 나은 노동 환경에서 더 나은 저널리즘을 실현해 내는데 조금이나마 노조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지역언론이 위기에 처했다는 말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어요. 저희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이 어려움을 어떻게 해소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지역언론의 어려움은 우선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에서 기인합니다. 단순하죠. 지역언론의 역할은 지역성을 다양한 매체로 구현해 내는 것인데, 지역언론사가 돈을 벌지 못하니까 프로그램 제작을 줄이고 기획이나 심층 취재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결국 저널리즘은 사라지고 매체가 돈벌이의 도구화가 되는 거죠. 점점 지역민과 멀어지고 지역민은 지역언론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게 현실입니다.

이 과제는 하나의 언론사 차원에서 풀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언론 종사자들은 지역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라고 있어요. 정부의 지역언론발전기금 설치,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언론지원조례 제정을 통한 예산지원 그리고 과도한 규제 완화 같은 걸 실현시키기 위해 언론 종사자들이 정부와 정치권 설득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작 지역민은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역언론이 어떤 공적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역할이 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설명하고 공감해 나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것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되었든 청년언론학교 형태가 되었든 지역시민이 지역언론과 가까워져야 하는 계기들을 많이 만들어야 해요. 언론사가 스스로의 필요성을 주장할 때 지역민이 지지해주고 지원해 줘야 닥친 지역언론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첫 걸음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충북민언련 같은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경제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수도권 중심으로 혹은 글로벌화라는 명목으로 만들어지는 미디어 정책에서도 지역은 늘 뒷전에 있습니다. 그런 무관심과 방치가 더 큰 위기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언론이 자본과 권력 제대로 비판하는지, 충북민언련이 감시해야


충북민언련에 어떤 계기로 회원가입을 하게 됐나요? 회원으로서, 노조위원장으로서 충북민언련의 활동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충북민언련과는 노동조합 위원장직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충북민언련의 회원이 되었고 7년이 지난 지금도 앞으로도 그 인연은 계속되지 않을까요? 회원으로서 그리고 언론노조 조합원으로서 충북민언련의 행사에 참여하면서 시민 언론운동의 역할이 왜 중요한가를 깨닫게 됐죠,

충북민언련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20년의 세월을 버텨준 것에 대해 지역언론 종사자로 경의를 표합니다. 활동에 대한 평가는 충북민언련의 활동이 20년 동안 꾸준히 이어져 온 것만으로도 높게 평가해야 합니다. 충북민언련의 활동이 화려하거나 지역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려운 여건에서도 지역언론에 대한 모니터링과 특히 선거보도 감시 그리고 각종 토론과 포럼을 여는 여러 활동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이 꾸준함이 분명 지역민의 많은 지지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언론과 언론정책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운동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언론노조는 조합원의 임금을 올리고 복지혜택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언론이 지방권력과 자본권력에 대해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고 있는지 살피는 노력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언론 내부에서도 치열하게 저널리즘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한계 또한 분명히 존재합니다. 따라서 언론인들이 자유롭게 꿈꾸고 기획하고 취재하는 것들이 지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굴복하거나 결탁하고 있지 않는 지를 모니터링하고 감시하는 운동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공영방송에 대한 탄압이 이뤄졌을 때 충북민언련을 중심으로 시민사회단체에서 함께 연대하고 투쟁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충북민언련이 20년이 됐어요. 회원으로서 충북민언련에 기대하는 게 있다면요?


우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금 충북의 언론은 어떤 상황일까요? 지방정부와 자본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제대로 하고 있을까요? 아마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언론 모니터링과 비판을 통해 충북의 언론이 건강해 질 수 있도록 더욱 활발한 활동을 기대합니다. 늘 응원하고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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