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공부에서 '더불어 숲'으로

김승효
2016-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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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효 엄마의 선택]신영복 교수 생전인터뷰를 보며

아침부터 날씨가 흐릿하고 기온이 뚝 떨어져 쌀쌀하다. 예정대로 서울선생님께서 청주에 오시기로 한 날이다. 눈이 오지 않으면 좋으련만. 궂은 날씨를 걱정하면서 고속터미널로 선생님 마중을 나갔다.

내가 선생님을 처음 만난 건 2013년도 봄이었다. 그 후로 나는 선생님께 공부를 배우는 학생이 되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공부’의 의미도 달라졌다. 내가 생각했던 ‘공부’는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으로 수많은 지식들을 머릿속에 넣고 갖가지 기술들을 몸에 익혀 타인보다 좀 더 우월한 자격과 지위를 갖추는데 필요한 것으로 통상적으로 사회적•경제적 상위계급으로 갈 수 있는 기회의 도구였다. 그리 여겼으니 내 공부의 목적은 아이들에게 닿아있었고, 아이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하는 의도가 짙게 깔려있었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목적에 의구심이 들었고 의구심이 들자 나는 더 이상 아이들만을 위한 공부를 지속할 수 없었다.

나는 ' ‘공부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누구를 위한 어떤 공부여야 할까?'  끝없이 다그쳐 묻고 또 물었다. 그제서야 공부는 온전히 ‘나’를 향하고 있어야하고 ‘나 자신’을 위한 일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깨닫고 나니 생각을 정리해야 했고 나아갈 방향을 바꿔야 했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정해야 했고 최선의 방편들을 찾아야했다. 내가 분주한 고민들로 고난을 겪고 있을 때쯤 선생님을 만났다.

▲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출처:프레시안

서울선생님께서 청주에 오시던 날,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영결식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슬픔에 잠겨 선생을 추모하고 애도했다. 모두가 살아생전 선생이 강조했던 ‘더불어 숲’을 기억할 것을 다짐하며 각자각자 선생과의 특별한 겪음을 추억하는 듯 했다. 신영복 선생 생전 마지막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진정한 공부란 무엇인지, 깨닫는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한다.

신영복 교수 생전 마지막 인터뷰 신영복 교수 마지막 인터뷰

'먼 길 함께 걸었으면…' (기사바로가기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32643)

신영복 선생은 “깨달음은 바깥으로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 각성이고, 안으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다. 이런 깨달음이란 게 우리가 느끼는 가장 깊이 있는 행복이다. 깨닫는다는 것은 다양한 수평적 정보들을 수직화하는 능력을 필요로 하며 그 많은 정보를 수직화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자기 인식을 심화시키면서 재구성 능력을 높여가는 게 공부이고 학습'이라고 말했다. 공부는 어떤 형태로든지 개인적, 사회적 실천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했다. 머리와 가슴을 지나 발에 이르는 실천의 방법 말이다.

완전하지 않은 나무와 나무가 모여 ‘더불어 숲’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서로를 지키는 길이며, 숨통을 틀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작은 숲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가자고 말이다. 선생의 죽음을 목도해야 하는 제자의 슬픔에 “울지 마라. 나중에 다시 만나면 되지!” 라고 위로하는 지극히 넓고 깊은 스승의 마음이 헤아려지지 않는가. 그대가 먼 길 스승과 영원히 동행하길 원한다면, 스승의 가르침을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면 될 일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 하던 공부, 이제 ‘더불어 숲’을 생각하는 공부로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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