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TP, 누구를 위한 지역경제 활성화인가.

한재학
2019-05-14
조회수 519

[오후3시의 글쓰기]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청주시가 지난 2월 청주 테크노폴리스(이하 청주TP) 3차 개발 면적을 2.16배 늘리기로 고시함에 따라 토지를 확보하기 위한 수싸움이 치열해 질 전망이다. 관련 법에 따라 3차 사업부지의 토지소유권 50%를 확보하면 나머지를 강제 수용 할 수 있다. 이번이 세 번째인 토지수용은 그 어떤 때보다 난항을 겪을 것이다. 청주TP가 첫 번째와 두 번째에서 달콤한 말로 주민을 현혹하고 땅값을 수십배 튀겨 장사를 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청주TP는 산업단지를 조성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2008년 출범했다. 당시 1차 부지를 수용하기 위해 시가 공시지가로 매입한 금액은 평당 100만원 미만. 충청리뷰에 따르면 1차 부지 개발로 원주민을 수용할 수 있게 되자 청주TP는 주민들에게 보상을 많이 해준다고 현혹하면서 이른바 “딱지”를 발급하고 산업단지 내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 조건은 분양가의 70%. 농촌에서 평화롭게 농사를 짓고 있었던 촌부에게 수억원을 호가하는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돈은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원주민들은 딱지 하나를 4000여만원에 부동산 업자에게 팔았다. 나중에 이 딱지는 1억 8000만원까지 뛰어올랐다.

개발이 된다는 소문이 나자 땅 가격은 말 그대로 미친 듯이 뛰어 올랐다. 평당 100만원 미만인 토지들은 약간씩 차이를 보였지만 최소 10배 이상씩 올랐다. 청주 TP는 땅장사를 통해 수십배의 차익을 남기고 입주 기업에게 땅을 넘겼다. 입주 기업은 땅을 매입하면서 쓴 돈을 만회하기 위해 아파트와 상업시설 등 부대시설에 고스란히 가격을 전가했다. 결국 청주TP는 산업단지 조성이라는 명분으로 시골 땅을 헐값에 매입해 기업을 우회,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다.

이런 방식으로 재미를 본 청주TP는 1차에 이어 2차, 3차까지 사업 부지를 계속 확장하면서 위에 과정을 반복했다. 부지확장을 고시할 때 주민들에게 설명을 하거나 의견을 반영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땅은 2차, 3차 사업부지로 선정됐고 수용됐다. 평화롭게 살던 주민들은 점점 밀려났다. 그 사이 정보를 미리 안 투기꾼들과 부동산 세력들은 땅을 계속 매입해 나가면서 수십배 씩 차익을 봤다.

이 문제가 지자체의 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부동산 투기, 이에 피해를 본 원주민의 갈등이라면 단순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안은 문화재터 발굴과 그 과정 졸속처리, 산단 심의 과정 불투명성, 무분별한 산단 개발에 따른 환경 훼손, 산단 용도에 대한 폐쇄성, 산단 추가 입주기업에 대한 명단공개 불가 등 전방위적으로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청주TP의 1대 주주는 ㈜신영이라는 부동산그룹(지분 30%)이고 2대 주주는 청주시(지분의 20%)이다. 청주TP는 청주시 도시교통국장이 당연직으로 대표 이사를 맡는다. 이사와 감사도 모두 청주시 전 교통행정과장, 행정국장, 구청장, 기획행정실장 등이 맡았다. 청주TP안에 포함되어 있는 청주TP자산 관리 대표이사는 청주시 전 도시개발사업단장이다. 그럼에도 청주시는 20% 권한 밖에 없으니 책임이 없다며 문제 제기에 모르쇠이고, (주)청주TP 자산관리는 민간회사라며 정보공개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

청주시는 오로지 지역경제 활성화를 외치며 청주 TP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외치니, 이는 누구를 위한 일인가. 기획부동산 역할을 하면서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게 시민의 재산과 안전을 지켜야할 지자체가 할 일인가. 개발을 통해 투기꾼들과 부동산 업자들을 배불리는 게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일인가. 이런 호소와 고통에도 청주시는 민간회사와 지분 20%를 외치며 귀를 닫고 눈을 감으며 아무 것도 공개하지 않는다.

정신과 의사 주디스 허먼은 가해자는 은폐와 침묵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은폐가 성공하지 못하면 피해자의 신뢰성을 공격한다. 3차 개발 면적은 쥐가 파먹은 것처럼 땅을 나누었다. 벽을 하나 두고 한집은 수용되고 한집은 수용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났다. 의도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주민 사이에 갈등은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이고 밖에서 보기에는 욕심에 가득찬 원주민들끼리의 갈등으로만 부각될 것이다. 그 사이 청주TP 3차 사업은 순풍에 돛을 단 듯 진행될 것이다.

청주TP 사업에 가해지는 여러 가지 비판들은 “경제가 어려우니 미래를 생각하자”는 구호로 덮일 것이다. 원주민 이주 문제와 문화재 보존, 환경 보존, 산단 용도 등 여러 가지 문제는 끝끝내 은폐될 것이다. 우리는 경제를 위해 “가만히 있으라”라는 주문을 들으며 사업진행을 내버려둬야 할까? 청주시는 답해야 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오후3시의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함께 읽고, 말하고, 글쓰기를 하는 모임입니다. 내 삶을 나만의 언어로 풀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후 3시의 글쓰기 모임에서 생산한 다양한 글들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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