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래의 임계장일수도 있다"

김승효
202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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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지 않는 임계장의 현실 [오후3시의 글쓰기] 임계장 이야기를 읽고

38년간 공기업 정규직으로 일하다 2016년 퇴직 후 4년째 시급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임계장! 버스회사배차계장, 아파트 경비원, 빌딩 주차관리원 겸 경비원을 거쳐 버스터미널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다 쓰러져 해고된 임계장! 7개월의 투병생활 이후 지금은 주상복합건물에서 경비원 겸 청소원으로 일하고 있는 임계장!

임계장 이야기 조정진 작가 출처:경향신문

지은이는 스스로를 그리고 그와 같은 처지에서 일하는 노인들을 향해 임계장이라 칭한다. 내가 책제목에서 보았을 때 ‘임계장’은 여느 회사에서 주어지는 직급을 나타내는 말이려니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은이의 설명을 보고나서야 임계장 본래의 뜻을 알았다. 적나라한 민낯을 너무 솔직하게 드러낸 글이라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래서였을까? 책을 읽고 난 이후에 만나는 여러 사람에게 임계장 이야기를 했다. 알고 있었으나 너무나 몰랐던, 고 노회찬 의원이 말한 ‘6411번 버스’에 타는 사람들에 대한 것처럼 말이다. 고 노회찬 의원이 2012년 진보정의당 출범 당시 당 대표를 수락하면서 했던 연설문을 일부 발췌한다.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이 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매일 같은 사람이 탑니다. 그래서 어느 정류소에서 누가 타고, 어느 정류소에서 누가 내리는지, 모두가 알고 있는 매우 특이한 버스입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새벽 5시 반이면 직장인 강남의 빌딩에 출근해야 하는 분들입니다. 버스 안에 있는 이들은 서로 누군지 다 알고 있지만, 버스 바깥세상에서는 이들이 누군지 모릅니다.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한 달에 85만원 받는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그러면서 고 노회찬의원은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유효한 질문일 게다. '우리 같은 사람을 찾을 때 우리는 어디에 있었느냐? 그들 눈앞에 있었느냐? 그들의 손이 닿는 곳에 있었느냐?' 어느 정당에게만, 어느 정치인에게만 향하는 물음일 수 없다. 책을 읽는 내내 씁쓸한 마음에 슬픔이 차오를 지경이었다. 어느 곳이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있기 마련이리라 생각했지만 실상을 알지 못했다. ‘이 정도일 줄이야!’ 책을 읽으면서도 임계장의 현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내가 미래의 임계장일 수도 있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50세만 넘어도 명예퇴직을 고민하며 살아야한다. 보장된 정년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기대수명이 100세인 지금, 노인이 된 삶에 대한 불안과 걱정은 누구나에게 존재한다. 나에게, 내 남편에게, 내 가족에게, 내 지인에게 닥칠 일 일수 있음을 실감해서였는지 임계장의 모습이 가슴 깊숙이 들어와 쉬 떠나질 않는다. 더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마지막 감사의 글에 초고를 검토한 후배의 말이었다. “형님, 책이 나오면 제가 나서서 널리 읽히도록 하고 싶네요. 하지만 가족들에게는 절대 보여 주지 마세요.” 지은이도 가족이 염려되었는지 후기에 ‘가족에게 부탁이 있다. 이 글은 이 땅의 늙은 어머니·아버지들, 수많은 임계장들의 이야기를 나의 노동 일지로 대신 전해 보고자 쓴 것이니 책을 읽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더라도 마음 아파하지 말기 바란다.’ 쓰고 있다. 임계장의 마음이 전해져 가슴이 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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