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 맥락, 신뢰성을 더 부여해야"

이수희
2020-09-09
조회수 916

미디어오늘 주최 저널리즘의 미래 콘퍼런스 2020 저널리즘의 위기 시대 변화하려면? '좋은 언론은 시민을 재교육한다'

언택트 시대에 교육법이란…

올해도 미디어오늘 주최 ‘저널리즘의 미래’ 콘퍼런스에 참여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언택트 시대에 맞게끔 온라인으로 접속해 강연을 들었다. 이틀 연속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집중적으로 강의를 듣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서울까지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는 점은 큰 장점이었으나 집중력은 이전 현장 콘퍼런스 때와 달리 떨어졌다.

계속되는 저널리즘의 위기

콘퍼런스 ‘저널리즘의 미래’는 역설적으로 저널리즘에 미래가 있을까 하는 질문을 계속 하게 한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대로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전 세계 최하위! 많은 사람들이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사회에서 건강한 토론이나 의제 생산과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이제 사치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미래가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희망’을 찾는다.

지금까지 저널리즘의 미래 콘퍼런스를 통해 찾았던 희망은 브랜드 저널리즘, 디지털 퍼스트, 뉴스의 스토리텔링, 플랫폼 다변화에 따른 전략적인 콘텐츠 생산, 영상중심의 콘텐츠, 철저한 독자인게이지먼트 전략 등이다. 이번 저널리즘의 미래 콘퍼런스에서는 구독경제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뉴스의 유료화만이 궁극적으로 질 높은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구독경제가 유지되려면 콘텐츠의 질도 높아져야 하는 법인데 클릭수를 위해 어뷰징에만 몰두하는 현재의 많은 언론들이 이런 시스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콘퍼런스에 참여한 정혜승 전 청와대 뉴미디어 비서관은 뉴스가 넘쳐나지만 우리가 정말로 소통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를테면 지난 8월5일과 6일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본 뉴스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원피스 관련 뉴스였다. 이걸 단순히 알고리즘의 문제로만, 인공지능이 배열하는 뉴스이니 공정성을 말하기가 어렵다고 넘어갈 일이냐는 지적이다. 언론이 클릭수를 노리고 같은 방식의 기사를 쏟아낸 건 아니냐, 정말 언론의 역할을 하는 거냐고 물었다.

“네가 쓴 게 기사냐”

맥락, 투명성, 신뢰를 갖추려면

뉴스를 질 높은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서 많은 요구들이 있었다. 단순한 받아쓰기 기사가 아니라 심층 보도, 여러 기법들을 활용한 분석형 기사, 스토리텔링으로 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등 뉴스의 완결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저널리즘의 미래 콘퍼런스에서도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바로 ‘맥락’, ‘신뢰’ 이다. 믿고 보는 뉴스는 대체 어떤 뉴스인가.

저널리즘토크쇼 J의 책임 PD인 KBS 김양순 기자는 언론사는 신뢰를 파는 곳이라며 신뢰가 사라지면 돈주고 사서 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J의 비평은 기자들의 취재를 다시 취재하는 방식으로 기사 생산 과정을 파헤쳐 맥락이 거세된 사실을 보여주고, 무엇을 왜 틀렸는지 알려주고 수정하게 해주면 그런 과정을 응원해주며 비판하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양순 기자는 기레기라는 비판이 싫다면 내가 쓰는 기사가 정치혐오만 양산하는 게 아닌가 묻고 투명성만이라도 확보해보자고 말했다. 내가 이 기사를 왜 쓰는지, 어떻게 취재했는지, 틀렸다면 그 사실을 어떻게 수정했는지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좋은 언론의 역할이란?

미디어리터러시 연구자인 경인대 정현선 교수는 ‘미디어리터러시로 본 한국언론의 혁신제안’이라는 발표에서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가 뉴스에서 어떻게 보도되는지를 살펴보면 주관적 오보와 허위거짓 정보로 만들어진 가짜 뉴스들이나 현상의 이면과 맥락이 누락된 일화적 보도가 넘쳐나고 뉴스 어뷰징이 많았으며 정작 기사를 읽고 보는 수용자들의 삶이 누락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정현선 교수는 “맥락을 파고드는 기자의 글은 신뢰를 준다”고 말했다.

정혜승 전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도 좋은 언론은 시민을 재교육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언론은 따옴표 저널리즘으로 갈등만 조장하고 있다. 언론이 공론장을 제공하고 그안에서 끝까지 토론하고 언론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이다.

 

저널리즘의 근간은 변하지 않는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대표는 저널리즘 콘퍼런스를 마무리하면서 지금 이 시기가 저널리즘의 위기이지만 전환의 시대라고 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연결 역량이 중요한 시대, 내가 구독하는 것이 곧 나이고, 내가 공유하는 것이 내 정체성을 규정하는 이 때에 저널리즘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정환 대표는 워싱턴포스트 논설위원 마가렛 설리반의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우리는 더 회의적이 돼야 하고, 우리의 실수를 포함한 우리의 일에 더 투명성을 부여해야 하고, 감시견으로서 더 많은 맥락과 신뢰성을 부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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