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는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으로 오곡백과(五穀百果)가 무르익는 가을을 형용하는 말이다. 활동하기 더없이 좋은 계절이니 공부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또 예전에 비하면 주위 환경도 더없이 좋은 시절이다. 학교마다 도서관이 생겼고, 동네마다 공공도서관이 자리 잡았고, 아파트단지며 마을마다 작은도서관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 출처: 인천율목도서관
나는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했다. 사서자격과 사서교사자격을 가지고 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할 당시에는 학교도서관은 그냥 문고수준이었고 동네에 있는 도서관이 많지도 않았지만 있는 곳도 독서실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 후로 20여년이 지났다. 주위 환경은 더할나위없이 좋아졌다. 그동안 선진국의 모범사례를 열심히 벤치마킹하여 도서관 건물 수와 장서 수가 늘어 외형적으로는 현대화되었고 선진화되었다. 그런데 그것뿐이다.
도서관 수가 많아지고 장서수가 많아졌다고 해서 현대화되고 선진화된 것일까? 2011년 전국도서관통계를 보면 학교도서관수는 11,506곳이며 직원 수는 4,134명이다. 그런데 참으로 어이없게도 사서 수는 0명이다. 도서관이란 공간을 무엇으로 여기는지 사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철학도 신념도 없어 보인다.
외국에서 사서의 직업군은 고도의 전문직으로 분류된다. 학교 다닐 때 사서의 역할을 단적으로 표현했던 문구가 생각난다. “적자에게 적서를 적시에” 21세기 한국에서는 여전히 사서의 역할을 단지 책을 서가에 정리하고 독서실 운영자로만 여기는 듯하다. 그러니 훌륭한 기자재를 갖추어 놓고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한다고나 할까?
문화적 욕구와 지적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다. 도서관이든, 박물관이든, 미술관이든 외형의 확충보다 그 속에서 창출할 수 있는 무형적인 것을 제공하고 확산하고 재생산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는 기자재도 제대로 갖추어놓았으니 그 기반위에 내용만 차곡차곡 쌓아올리면 얼마나 금상첨화겠는가. 그러니 무엇보다도 그릇을 채울 내용을 만들고 연결하고 모아주는 중간 역할자로 사서가 있어야 하고 학예사가 있어야 하고 전문성을 갖춘 관장이 있어야하는 것은 너무나 기본적인 것이고 당연한 일이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전국 주요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이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전국 문화기반시설 2519개소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실태조사 자료(15년 1월 1일 기준)를 분석한 결과, 관장은 물론 학예사나 사서가 없는 시설들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도서관의 경우 2015년 기준 전국 공공도서관은 총 931개소로 이 중 도서관법 사서 배치 기준에 미달한 도서관은 총 729개소로 약 78.3%에 달했다. 이 중 78%에 해당하는 566개소가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도서관이며 전국에 사서가 한 명도 없는 도서관은 51개소로 확인됐다. 아울러 사서 배치 기준에 따라 사서를 고용했을 경우 약 4407명의 사서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물관은 전국 총 809개소가 운영 중이지만 학예사가 한 명도 없는 박물관은 499개소로 약 62%에 달했다. 이 중 64%에 해당하는 311개소가 사립 박물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술관의 경우 전국에 총 204개소가 운영 중이지만 학예사가 한 명도 없는 미술관은 19개소이며 관장이 없는 미술관(겸직 포함)은 36개소 인 것으로 확인됐다.
도종환 의원은 “문체부는 매년 문화기반 시설들에 대해 기초정보 수집 수준의 조사에만 머무르지 말고 기존에 만들어진 문화시설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육성 방안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효 엄마의 선택]도서관에 사서가 없다
천고마비는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으로 오곡백과(五穀百果)가 무르익는 가을을 형용하는 말이다. 활동하기 더없이 좋은 계절이니 공부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또 예전에 비하면 주위 환경도 더없이 좋은 시절이다. 학교마다 도서관이 생겼고, 동네마다 공공도서관이 자리 잡았고, 아파트단지며 마을마다 작은도서관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나는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했다. 사서자격과 사서교사자격을 가지고 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할 당시에는 학교도서관은 그냥 문고수준이었고 동네에 있는 도서관이 많지도 않았지만 있는 곳도 독서실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 후로 20여년이 지났다. 주위 환경은 더할나위없이 좋아졌다. 그동안 선진국의 모범사례를 열심히 벤치마킹하여 도서관 건물 수와 장서 수가 늘어 외형적으로는 현대화되었고 선진화되었다. 그런데 그것뿐이다.
도서관 수가 많아지고 장서수가 많아졌다고 해서 현대화되고 선진화된 것일까? 2011년 전국도서관통계를 보면 학교도서관수는 11,506곳이며 직원 수는 4,134명이다. 그런데 참으로 어이없게도 사서 수는 0명이다. 도서관이란 공간을 무엇으로 여기는지 사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철학도 신념도 없어 보인다.
외국에서 사서의 직업군은 고도의 전문직으로 분류된다. 학교 다닐 때 사서의 역할을 단적으로 표현했던 문구가 생각난다.
“적자에게 적서를 적시에”
21세기 한국에서는 여전히 사서의 역할을 단지 책을 서가에 정리하고 독서실 운영자로만 여기는 듯하다. 그러니 훌륭한 기자재를 갖추어 놓고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한다고나 할까?
문화적 욕구와 지적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다. 도서관이든, 박물관이든, 미술관이든 외형의 확충보다 그 속에서 창출할 수 있는 무형적인 것을 제공하고 확산하고 재생산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는 기자재도 제대로 갖추어놓았으니 그 기반위에 내용만 차곡차곡 쌓아올리면 얼마나 금상첨화겠는가. 그러니 무엇보다도 그릇을 채울 내용을 만들고 연결하고 모아주는 중간 역할자로 사서가 있어야 하고 학예사가 있어야 하고 전문성을 갖춘 관장이 있어야하는 것은 너무나 기본적인 것이고 당연한 일이다.
도서관에 사서가 없고 미술관에 관장이 없다
(기사바로가기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I71&newsid=01476006609497824&DCD=A407&OutLnkChk=Y)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전국 주요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이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전국 문화기반시설 2519개소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실태조사 자료(15년 1월 1일 기준)를 분석한 결과, 관장은 물론 학예사나 사서가 없는 시설들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도서관의 경우 2015년 기준 전국 공공도서관은 총 931개소로 이 중 도서관법 사서 배치 기준에 미달한 도서관은 총 729개소로 약 78.3%에 달했다. 이 중 78%에 해당하는 566개소가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도서관이며 전국에 사서가 한 명도 없는 도서관은 51개소로 확인됐다. 아울러 사서 배치 기준에 따라 사서를 고용했을 경우 약 4407명의 사서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물관은 전국 총 809개소가 운영 중이지만 학예사가 한 명도 없는 박물관은 499개소로 약 62%에 달했다. 이 중 64%에 해당하는 311개소가 사립 박물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술관의 경우 전국에 총 204개소가 운영 중이지만 학예사가 한 명도 없는 미술관은 19개소이며 관장이 없는 미술관(겸직 포함)은 36개소 인 것으로 확인됐다.
도종환 의원은 “문체부는 매년 문화기반 시설들에 대해 기초정보 수집 수준의 조사에만 머무르지 말고 기존에 만들어진 문화시설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육성 방안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