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가을 끝에서 죽음과 삶을 생각하다

이은규
201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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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의 눈]죽음에 대해 질문하라

어렸을 적. 부모님들의 성난 싸움을 보며 “왜 날 났을까?”를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어쩌면 내 인생에 있어 매우 진지했던 첫 질문이었던 것 같다. 대답 없는 대상을 향해? 아니 내 마음을 향해 던진 질문. 그리고 매우 진지했지만 끔찍했던 두 번째 질문은 “죽으면 어떻게 되는거지?”였다. 외할머니의 혼잣말 “늙으면 죽어야 되는데...” 연기처럼 아무렇게나 흩어질 줄 알았던 그 말이 내 마음에 깊이 박혀버렸다.

살만큼 산 어른 나이가 되어버린 지금, 진지했던 첫 번째 질문에 대한 해답은 어렴풋이 찾아가며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끔찍했던 두 번째 질문은 여전하다. 약간 변형된 모습으로 뒷전으로 밀려나 있기도 하고 때때로 죽음은 없는 듯이 까마득히 잊기도 하면서...

가을의 끄트머리다. [문명, 인간이 만드는 길- ‘마음’ 전문가들과의 대화] (12) 셸리 케이건 예일대 교수 (경향신문)을 읽으며 죽음과 삶에 대해 참구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누구나 죽는다. 어떻게 죽느냐는 어떻게 살것인가의 동의어이다. 죽음에 진화...우리들은 부모 보다는 잘 죽어야 하지 않겠는가? 잘 죽기위해 잘 살아야지 싶다. 날이 춥다. 감기 조심하시라.

 

[문명, 인간이 만드는 길- ‘마음’ 전문가들과의 대화] (12) 셸리 케이건 예일대 교수
ㆍ죽음에 대해 질문하라…살고 싶은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
ㆍ타인을 헤아리는 도덕적 삶은 나 자신에게도 이롭다

차오르는 가래에 눌려 숨을 거둔 노인을 본 중년 여인은 목구멍에 느른한 무언가가 걸칠 때마다 겁에 질린다. 죽을까봐. 침몰하는 여객선을 목격했던 젊은 사내는 물줄기가 쏟아지는 자동세차기계 속에서 눈을 뜨지 못한다. 그들에게 엄습했을 죽음의 고통이 전이되어. 비행기 타는 엄마를 향해 어린 아이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한다. 죽으면 어떡하냐고. 질주하는 자동차 도로를 일상으로 건너는 자신 또한 당할 수 있는 마지막에 대한 확률은 알지 못한 채. 우리는 죽음의 공포에 휘둘리고 있지만 정작 죽음이 무엇인지 애써 참구하려 하지 않는다. 오늘 우리의 시간은 깊게 사려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마냥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닌지? 결국 우리가 붙잡아야 할 지푸라기는 ‘이 살아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일 것이다. ‘문명, 인간이 만드는 길’ 마지막 회는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죽음’을 이야기하려 한다. ‘죽음 수업(Death class)’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는 예일대 철학교수 셸리 케이건과 함께한다. 그의 수업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지만, 우리의 대화는 ‘살아있는 마음’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그것이 곧 ‘죽음’에 대해 살펴봐야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셸리 케이건과의 만남은 가을이 깊어지는 길목, 미국 뉴헤이븐에 있는 예일대의 250년 된 그의 연구실에서 이뤄졌다. 고색창연한 건물로 스무살 청춘들의 잰걸음이 오갔다.

 

(기사바로가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0302104155&code=2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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