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아줌마

연규민
2007-05-28
조회수 155

우리 교회에선 국악기로 찬송반주를 하고 국악장단의 찬송도 부른다. 자그마한 교회의 아마주어 악단이지만 국악실내악단이 있다. 초등학생부터 40대까지 구성도 다양하다. 실력은 조금 모자라지만 여기저기 공연요청도 많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단체연주복이 필요했다.

일전 공연을 앞두고 단체 연주복을 마련하려고 여기저기 알아봤다. 간신히 100만원을 마련했다.비용을 적게 들이려니 직접 도안하고, 천을 구입하고 바느질하는 분을 찾아 맡기기로 했다. 비용이 적게 드는 천은 한사람 분에 2만원 조금 넘는다. 수를 놓는데 1만원, 바느질하는데 5만원. 결국 연주용 한복 1벌에 8만원이 드는 셈이다. 힘들게 도안하고 발품을 판 덕에 적은 비용으로 예쁜 옷을 해 입었다.

옷 수선을 위해 한복 바느질을 맡은 분과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분의 남편은 몇년 전 공무원으로 정년퇴직을 했단다. 얼마 안 있어 뇌출혈로 반신 불수가 되었다. 앞이 캄캄했으나 부지런히 재활치료를 하여 신체기능이 많이 회복되었다. 지금은 재활운동과 부인이 하는 한복 재단을 도와주고 있단다.

이분은 남편이 공무원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지만 자신의 일을 갖고 싶어 한복 일을 배웠다. 30년이 다 되어간다. 한복일을 학원에서 배웠지만 아무도 일을 맡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시장에서 파는 한복을 아주 낮은 단가에 맡아서 100벌 이상을 꿰맸다고 한다. 그랬더니 실력도 늘고 납품 한복 일을 맡기더란다.

지금은 대전에서 알아주는 기술자이시다. 한복을 요모조모 살펴봐도 참 수많은 기술이 반영되어 있다. 60세가 훨씬 넘은 지금 남편과 집에서 오손도손 일하면서 300만원 이상을 번단다. 남편의 연금 200만원과 합하면 꽤 돈이 된단다. 일을 열심히 하니 아직도 50대로 보인다.

자신이 하고 있는 한복일에 대해 무척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일을 하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일을 대한다. 남편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하단다. 신앙을 특별히 갖지 않은 분 입에서 감사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감사하며 사는 생활이 사람을 젊게 만든다. 오늘 오랜만에 만나는 법원 직원이 내 얼굴이 무척 좋아졌다고 한다. 매일 감사가 넘치는 사람들을 만나며 살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연규민님은 충북민언련 운영위원이며, 법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업 외에도 국악, 글쓰기, 수다에 능하시며, 공부방 아이들과 늘 함께하고 있습니다. 자식문제, 정치문제, 종교문제 등 그야말로 세상 사는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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