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회생 핑계로 재벌에게 특혜주나

주영민
2015-08-24
조회수 206

[주영민의 뉴스푸딩]재벌이 구속되면 경제가 어려울까?

연일 남북관계에 대한 소식이 줄을 잇는 요즘입니다. 어서 빨리 관계가 회복되길 기원합니다. 최근 2주간 뉴스 가운데 제 눈을 끈 뉴스는 재벌 사면과 관련된 소식들이었습니다.

‘chaebol’이란 단어를 들어 본 적 있으신가요? ‘채볼’이 아닙니다. ‘재벌’입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적용할 수 있는 단어이기 때문에 고유명사로 존재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영영사전을 찾아보니 ‘남한에서 일반적으로 가족이 소유하고 있는 큰 규모의 사업 그룹(a large, usually family-owned, business group in South Korea)’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닌 정치·사회에도 수많은 영향력을 미치는 기업가라는 개념이 우리나라 외의 국가에서는 생소한 일인가 봅니다. 이른바 ‘정경유착’의 레벨이 다르다는 것이겠죠. 그동안 정부는 재벌들이 국가 경제에 이바지했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사면을 단행해 왔습니다. 이 논거에는 재벌기업이 어려워지면 국가 경제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맷값 폭행, 자녀 보복 폭행, 불법 재산 상속 등 중법죄에도 정부는 그들에게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사면도 해줬죠.

과연 재벌기업이 흔들린다고 국가 경제가 휘청거릴까요? 여기 아니라는 분석을 소개합니다. 권한은 많은데 책임은 부족한 우리나라 재벌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나아가 재벌이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을 때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문가 의견도 같이 붙입니다.

<경향신문>임금피크제와 청년실업, 재벌대기업

(기사바로가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8202131095&code=990100)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직접 나서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청년고용절벽을 맞이하게 된다고 하며 청년실업자들을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 강행을 시사했다. 예상대로 노동계의 반발도 거세다. 공공부문과 일부 민간대기업에 한정된 임금피크제 도입이 청년일자리 창출과 직결된다는 것도 근거가 희박하거니와 백번 양보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노사 간 자율로 처리하면 될 문제를 제도를 변경해 오히려 다른 부작용까지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10년 넘게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중차대한 과제라는 것에는 여야와 입장을 떠나서 모두가 동의하고 있는 듯하다. 각자의 해법에서 차이가 있는 것은 이견의 존재를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해법에 차이가 있어 진지한 토론과 논쟁을 통해서 타협지점을 찾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문제설정 자체를 잘 못했을 때는 토론도 타협도 불가해지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혹여 청년실업과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논란이 그렇게 잘못된 문제설정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실에서 청년실업자는 어떤 노동도 하지 않고 방구석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백수’가 아니다. 다수의 청년실업자들은 생계유지와 취업준비를 위해 몇 개월마다 저임금 계약직, 취업준비생, 초단시간 노동자 등으로 그 정체성을 번갈아가며 살아가고 있다. 고시원 생활을 하며 편의점에서 시간제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틈틈이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실업자’이자 ‘노동자’이며 ‘취업준비생’이기도 한 그 청년에게 도대체 ‘임금피크제’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실상 그의 임금에는 도달할 피크가 존재하지 않는다. 매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그것이 본인이 받는 임금의 전부가 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하락하지 않는 한 그의 임금은 매년 피크에 도달한다. 그리고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약 200만명의 또 다른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다시 최저임금 그 자체가 도달해야 하는 피크가 된다. 누군가는 정년에 다다른 고령자의 생산성과 숙련도의 복잡한 함수를 이야기할지 모른다. 하지만 다수의 청년과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숙련도를 반영할 임금체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수십년 후의 정년이 아니라 당장 몇 달 후의 계약만료가 중요한 문제다.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하기 바로 전날인 8월5일, 고용노동부 장관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했다. 정작 정부가 청년들의 일자리와 삶의 질을 진지하게 고민했다면 이전에 약속한 대로 최저임금의 획기적인 인상을 결단했어야 한다. 하지만 경제부총리까지 나서서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잔뜩 폼만 재고는 결국 예년과 다르지 않은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수많은 청년들을 실망케 한 바로 다음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청년들의 삶을 걱정하며 근거가 부족한 임금피크제로 청년실업을 해결하겠다는 모양새는 누가 보아도 어색하고 또 민망하기까지 하다.

임금피크제가 청년일자리 창출과 연결되지 않으며 필요한 것은 고용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는 노동계의 주장은 분명 합리적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청년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비단 노동계만의 주장도 아니다. 그러나 주장의 합리성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청년세대가 임금피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는 여론조사가 여럿이다. 이들이 모두 자본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인가? 혹여 세대 간 상생과 주변부 노동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책임 있는 자세와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결과는 아닌지, 노동계와 진보진영은 깊고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이렇게 노동계와 정부가 뜨거운 논란을 벌이는 와중에 정작 재벌대기업들은 청년고용을 확대하겠다고 나섰다. 주로 경영권 승계나 비리로 논란에 휘말리거나 총수가 구속된 기업인 경우가 많다. 실제 발표된 숫자만큼 제대로 된 일자리에 청년들을 고용하겠다는 것인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도 있고, 그 목적이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덮기 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도 그간 청년고용에 소극적이었던 재벌대기업들이 자세를 바꾸었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경제 주체들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탄생해야 할 일자리가 정부의 몽둥이를 피하기 위해 늘어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총수 일가의 신변문제가 터질 때만 실천된다면, 민주주의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누군가의 지적대로 이제 대한민국에서 청년일자리를 늘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노동개혁이 아니라 바로 비리를 저지른 재벌총수를 구속하고 다시 사면하는 것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 조성주. 정치발전소 공동대표

 

* 함께 읽어볼 기사

재벌 총수 구속되면 경제가 어렵다? ⇨ 아니다. 주가 오르고 투자 늘었다(http://www.factoll.com/page/news_view.php?Num=1966)

 국민 반감에…최소화된 ‘재벌 사면’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8132209005&code=91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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