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찾아 7년

김영숙
201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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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꾸뻬씨의 행복여행

정신과 의사 헥터는 매일 불행하다고 하는 사람들을 상대하며 환자에게 그러듯 자신의 일상도 매뉴얼대로 살아간다. 이런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서 자신 역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고 급기야 환자에게 소리를 지르고, RC 글라이더 모임 회원과 주먹다짐까지 한 끝에 자신의 행복을 찾아 떠난다.

얼마 전 7년을 함께 해 온 공부모임을 공식적으로 해체했다. 같은 마음으로 모여 공부하는 동안 좋은 일도, 마음 상하는 일도 많았지만 결국 문을 닫고 보니 그동안 행복하지는 않았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뿐 아니라 회원들 모두가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동의했으니, 그들에게도 행복하기만 했던 곳은 아니지 싶다.

그간의 일을 모두 접고 이제부터 다시 행복하기 위해 나서려 하는데, 그게 딱 중국으로 떠나는 헥터의 모습이다. 외부에 보여지는 모습으로 행복을 가늠할 수 없기에,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헥터의 마음 속에서 피어올라 틀에 박힌 대로만 살던 헥터를 움직이게 했듯, 공식 해체 이틀째인 나는 별반 달라진 것은 없지만 걷힐 듯 걷히지 않는 안개 속에 표류 중이다.

헥터가 중국에서 만난 성공한 은행가는 돈이 곧 행복이라고 하지만 돈 때문에 매춘을 하는 여자를 만나 혼란을 겪고, 티벳에서 승려들과 지내보지만 도통 행복이란 놈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 중인 친구를 찾아갔다 마약 밀매상과 좀도둑을 만나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돌아와 보니 살아있다는 자체가 행복이라는 걸 깨닫지만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는 찜찜함이 있다.

마지막 종착지 LA의 첫사랑에게 가는 비행기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언니를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 암환자를 보면 행복은 살아있음, 그 위에 있는 듯하다. 이렇듯 행복은 곁에 있는 듯 하다가도 한없이 멀리있는 것 같이 약을 올린다.

현재의 삶이 행복하다는 첫사랑 앞에서 자신이 간절히 원하고 사랑하는 것은 기억 속의 첫사랑이 아니라, 중국으로 떠나기 전가지 자신의 곁을 지켜주던 동거인 클라라임을 깨달으며 헥터는 충만한 행복을 느낀다. 돌고 돌아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헥터의 내면은 떠나기 전과 전혀 다르다.

일상에 감사할 줄 알고, 기억 속 뜬구름이 아닌 곁에서 사랑을 느끼며, 자신의 일에 자신감을 가지고 진심으로 환자를 대하며, 우리의 삶이 언제나 맑음은 아니라는 소소한 진실을 아는 행복한 헥터가 되었다.

내가 했던 모임도 끝이 안 좋았다고 그간의 시간이 모두 행복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헥터가 행복여행을 떠나 새롭게 거듭난 것처럼 7년의 여정을 통해 나 역시 다시 태어났다. 힘이 들었던 만큼 성장한 내가 있고, 같은 뜻을 가진 동지들을 알게 되었으며, 계속해나갈 공부가 있다. 가장 감사함은 이런 일들을 해 나갈 내가 건강히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의 행복도 현재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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