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

김영숙
201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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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의 영화읽기]카트

얼마 전 M&A가 이루어진 회사에서 노조에 가입된 직원들은 고용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농성에 들어갔다는 기사를 읽었다. 또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은 사람의 고통이, 심지어 목숨이 필요할지 답답해졌다.

1970년 전태일이 노동자들을 위해 분신자살을 한 이후 50여년이나 시간이 지났는데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노동자보다는 ‘갑’에게 유리한 사회다. IT산업 1위라는 모던함 뒤에는 여전히 이런 후진함이 존재하고 있다.

‘나는 오늘 해고되었다.’

5년 동안 연장근무까지 군소리없이 성실하게 일해 온 선희는 몇 달 후면 정직원이 된다. 선희를 비롯한 싱글맘 혜미, 청소원 순례 등의 비정규직들은 회사의 일방적인 해고통보를 받는다. 영화는 이후 이들이 노조를 만들어 갑 ‘더 마트’를 상대로 무기한 농성을 벌이며 겪는 일들로 채워진다.

 단지 비정규직들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갑’의 입맛에 맞지 않는 노조원 정규직들도 함께 해고되기 때문이다. 이들의 긴 투쟁으로 노조간부들을 제외한 직원들의 복직이 이루어진다. 늘 친절로 응대하는 마트 안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니. 영화는 막연하기만 했던 갑의 민낯을 보여준다.

비단 마트 뿐 아니라 비정규직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이런 일들이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 ‘카트’ 상영관 앞에서 이루어진 홈플러스 파트타임 노조원들의 인터뷰에서 7년간 계산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 직원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아직도 이런 곳이 있었나.” 싶었다고 했다. 우리가 이용하는 곳 중 비정규직, 알바들이 없는 곳이 있을까 싶을 만큼 많은데, 그들이 일하는 환경은 비인격적이며, 언제 잘릴지 모르는 살얼음판이다.

전태일이 자신을 불태우고, 노조간부들만이 복직되지 않아야 해결되는 사회. 누구든 그들이 될 수 있는 현실에서, 누구도 그들이 되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해버리는 현실이 공존한다. 선희의 아들이 선희와 같은 일을 겪는 모습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20대와 그를 향해 나아가는 10대, 또 그 다음 세대들의 모습이다.

 오늘도 반찬값이 아닌 생계를 위해 일하는 수많은 비정규직과 노조원들을 위해 그들이 안전하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되어 하루빨리 ‘갑’질에 cut을 외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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